불모지서 세계 정상급 연주자로…"호른 연주는 오케스트라의 중심"
'호른 음악가' 슈만·브람스로 음반·공연 예정
인터뷰 중인 김홍박 서울대 음대 교수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중세 유럽에서 사냥 나팔로 쓰이던 호른은 '세계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관악기'로 불린다.
지금은 사냥 대신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쓰이는 필수 악기가 됐지만, 어려운 연주법 탓에 웬만한 연주자들은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까다로운 악기' 취급을 받는다.
이런 호른을 연주해 전 세계 음악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끌어낸 국내 연주자가 있다. 바로 세계 정상급 호르니스트 김홍박(42) 서울대 음대 교수다. 그는 '동양인은 금관악기 분야에서 취약하다'는 선입견을 깨트린 상징적 인물로도 통한다.
2014년 런던심포니 객원 수석으로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연주 투어 참여를 계기로 음악계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수석으로 활동했다.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 교수는 오랜 친구인 호른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호른은 모든 오케스트라 연주의 배경이 되는 악기"라며 "호른이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있어야 비로소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성악가가 꿈이었던 김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소리에 반해 호른 연주를 시작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중학교 시절 호른 소리를 처음 듣고 사람이 노래하는 음색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따뜻한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악기로 제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호른 연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중인 김홍박 서울대 음대 교수 |
호른은 미묘한 호흡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악기다. 실제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호른의 음 이탈은 다반사다. 그래서 30년 가까이 호른을 연주한 김 교수도 연주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음과 음의 간격이 매우 촘촘해 호흡이 조금만이라도 떨리거나 바뀌면 다른 음이 나기 쉽다"면서 "불안한 연주법을 가진 악기라서 연주자들이 쉽게 위축되고 예민해진다"고 말했다.
연주법이 어려운 만큼 충분한 연습으로 숙달되면 다른 악기보다 더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도 한다. 김 교수는 "기술적으로 힘들어도 그 기술이 완벽하다면 다양한 음색과 소리를 낼 수 있다"며 "즉 호른은 미묘한 호흡의 떨림이나 감정의 변화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했다.
연주자의 섬세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악기인 호른은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인 고전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낭만주의 시대의 곡들과 잘 어울린다.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호른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내림마장조'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이 두 곡을 주제로 오는 5일 자신의 첫 정식 음반 '슈만 앤 브람스'를 발매한다. 이어 13일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열고 두 곡을 포함한 슈만과 브람스의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호른은 낭만주의 시대에 '키 밸브 시스템'을 장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개량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 변화의 흐름을 가장 잘 읽어내고 표현한 음악가가 바로 슈만과 브람스"라고 설명했다.
김홍박 리사이틀 '슈만 앤 브람스' 공연 포스터 |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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