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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비즈 칼럼] 학교·도서관·마을에 독서 물결 일렁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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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우리나라 평균 독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다. 반면 스마트폰 보유율은 세계 1위라고 한다. 짧은 호흡의 ‘숏폼’이나 ‘릴스’가 시선을 사로잡는 동안 긴 호흡으로 읽고 사유하는 독서는 점점 멀어졌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문해력 저하는 물론이거니와 깊게 사유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상상력을 펼칠 힘도 떨어진다.

상상력 부재는 심각한 문제다. 선진국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하는 세계화는 현실 세계가 아닌 7인치가 되지 않는 작은 스마트폰 베젤 속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영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정부에서 책 꾸러미를 선물로 준다.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게 하자’는 취지로 민간에서 시작된 ‘북스타트’ 운동을 국가 정책으로 채택한 것이다. 청소년의 독서 이탈에 위협을 느낀 일본은 일찌감치 ‘아침독서운동’을 시작했고, 더 나아가 국민에게 독서 문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의 ‘함께 독서’ 캠페인 ‘북웨이브(BookWave)’는 책 속에 답이 있다는 오래된 테제를 반복하는 구태의연한 독서 진흥책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고, 독서 물결이 가정과 학교를 넘어 서울시 전역으로 뻗어 나가 삶과 문화를 바꾸며, 결국에는 온 대한민국에 일렁이길 바라는 과감하고 발칙한 도전이다. 이런 독서교육 노력은 인천에서 ‘읽·걷·쓰(읽기·걷기·쓰기)’로, 광주에서 ‘다시, 책으로’ 등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독서 물결 확산을 위해 학부모를 ‘독서교육 서포터즈’로 초대하고, ‘아이와 함께 하루 10분 책 읽기(초등)’, ‘아이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도서관 방문하기(중등)’를 부탁드렸다. 하루에 10분, 100일 동안 아이와 ‘함께 독서’하는 ‘100일 챌린지’에는 한 달 만에 4671가족, 2만5039명 시민이 참여를 신청했다. 챌린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북웨이브는 학교에서 ‘아침 책 산책’ 프로그램 등으로, 학교 밖에서 ‘생태환경 북크닉’ 등 다양한 ‘책 소풍’ 행사로, 9월 북촌에서 열릴 온 가족 책 잔치 ‘Book촌 페스티벌’까지 이어진다.

이제 독서를 의무적이고 재미없는 행위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자. 독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자. 저자와 독자만을 잇는 일방적인 화살표가 아니라, 책 안과 밖 모든 사람이 자연스레 연결된 곡선을 그리자. 곡선의 연속이 곧 물결이 되고, 물결과 물결이 모여 온 사회를 유쾌하게 뒤덮는 파도(Wave)가 될 때까지 우리 ‘함께’ 읽자.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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