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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줌인]만화광에서 1000억대 '잭팟' 터트린 '준구형'…웹툰 글로벌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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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권 넘게 만화 보유…말단사원으로 웹툰 기획

36년 장기로드맵에 좌절한 작가 일으켜준 노력

세계 진출로 선순환 구조…IP강화로 사업 확대

글로벌 투자자 감시 강화..월간사용자·광고 확대 과제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만화 덕후(한 가지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다. 한 때 약 9000권에 달하는 만화책을 모았을 정도다. 새로운 만화책이 나올 때 3권씩 산다고 한다. 한 권은 본인이 보기 위해, 다른 한 권은 남을 빌려주기 위해, 나머지 한 권은 소장용이다. 단지 ‘만화가 좋아서’ 네이버 만화사업의 1호 사원이 된 그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개척했고, 이제는 회사를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시가총액 29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키웠다. 본인은 1000억원에 가까운 주식부자가 되는 ‘잭팟’을 터트렸다. 그야말로 월급쟁이 신화를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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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김준구 (왼쪽 네번째) 네이버웹툰 대표와 오랜 기간 함께 호흡한 웹툰 작가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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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기획은 기본...좌절한 작가 일으켜 준 ‘준구형’

만화를 마냥 좋아한다고만 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치밀한 기획과 수많은 노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이버가 만화책을 스캔해 온라인으로 유통하던 시절(네이버만화)인 2004년, 그는 말단 사원으로 ‘웹(web)과 ’카툰(cartoon·만화)’를 합쳐 ‘웹툰’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기획했다.

만화잡지 시장이 망가지기 시작하던 그 당시, 그는 네이버웹툰을 ‘아시아의 디즈니’로 만들겠다는 총 36년에 걸친 장기로드맵을 만들었다. 첫 단계는 웹툰을 사업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서 공짜로 만화를 보던 시절 그는 무료로 보여주는 틀은 유지하면서도, 먼저 후속편을 보려면 돈을 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입이 많지 않던 작가들도 돈을 벌 수 있도록 인터넷 광고수익을 나눠주는 방식도 채택했다. 다양한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도전만화’ 시스템도 시작했다.

도전만화는 이용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일부 작품에 한해 정식 연재 기회를 부여하는 ‘열린 창작 생태계’로 불린다. 기성 만화가로부터 평가절하를 받았던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 ‘노블레스’ 손제호·이광수 작가,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김규삼 작가 등이 탄생한 배경이다.

플랫폼만 만든다고 저절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작가들과 끈끈한 호흡이 없었다면 지금의 네이버웹툰이 없었을 것이다. 작가들에게는 ‘대표님’보다 ‘준구형’이라는 호칭이 익숙한 그다. 웹툰 작가들이 모여 있는 자리면 그는 새벽이라도 찾아가 음식값을 내주고, 경조사도 다 참석할 정도다. 말단 사원 시절 마감을 펑크 낸 웹툰 작가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던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김 대표가 여러 작가 만화에 등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규삼 작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 직후 뉴욕특파원과 간담회에서 “출판 잡지 연재에서 잘리고 시장에서 퇴출당했던 시절 김준구 사원이 전화를 줘 만나러 갔던 시절이 생각난다”며 “김 대표는 암담했던 시절 나를 살려준 은사다”라고 그를 추켜세웠다.

한국시장에서 웹툰 시장을 만든 그는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2단계로 일본, 프랑스 등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콘텐츠가 네이버웹툰 플랫폼을 타고 아시아, 유럽, 미국으로 확산하고, 현지에서 또 다른 작가들이 콘텐츠를 생산한 뒤 한국에 다시 전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네이버웹툰의 기업가치는 더욱 더 커졌다.

3단계는 지식재산권(IP) 확보다.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가 다양한 IP를 통해 영화, 뮤지컬 등 여러 작품을 계속 생산하듯, 네이버웹툰도 IP 강화에 집중했다. 물론 차이는 있다. 디즈니가 수 백명이 달라붙어 하나의 IP를 만드는 데 반해,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2400만명의 개인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다양한 IP가 생성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 사원으로 들어와 웹툰을 아시아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기간이 36년이었는데, 이제 20년이 지났고 나스닥 상장도 이뤄졌다”며 “제가 좋아서 시작했고, 웹툰작가라는 직업이 선망되고 웹툰이 산업으로 인정받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는데, 아직 완벽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뿌듯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웹툰을 100년 넘게 성장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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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27일 뉴욕 맨해튼에 자리잡은 나스닥거래소에서 오프닝벨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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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 감시 강화..월간사용자·광고 확대 과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테크기업들이 상장된 나스닥 시장에 올라선 만큼 김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현미경과 같은 감시를 매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정체돼 있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MAU는 1억7000만명이다. 지난 2022년(1억6700만명)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시장 MAU는 같은 기간 1억3600만명에서 1억23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전체 매출 중 11.3%에 그치고 있는 광고 비중을 충분히 늘리는 것도 과제다.

김 대표는 “MAU가 늘지 않아도 이용자와 인게이지먼트(상호작용)이 높으면 매출이 늘 수 있다”며 “공모자금으로 기술혁신과 함께 광고비즈니스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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