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연 아이서울병원장 인터뷰
소아 의료체계 붕괴되며 아동병원들, 응급실로 전락
대학병원 가야할 중증 응급 환자 밀려오며 업무 마비
법적 부담까지 이중고 떠안기도···“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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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산 영도구의 아이서울병원. 이른 아침부터 병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백일해와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 수족구 등 감염병이 영·유아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며 소아청소년과 진료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이창연 아이서울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영유아가 늘어나면서 여름철에 걸맞지 않게 환자가 몰렸다”며 “받아줄 응급실을 찾지 못해 아동병원으로 떠밀려 오는 들어오는 중증 위급 환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소아과 전문의 부족하다더니…응급실 대신 아동병원으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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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서울병원이 있는 부산을 포함해 경남·울산 등 영남권은 소아 응급실 진료가 사실상 중단된 지 2~3년이 됐다. 고신의료원,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등 대학병원들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재 여파로 교수들이 격무에 시달리다 응급실 진료를 중단했다. 유일하게 해운대백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별도로 응급실에 고용해 평일 진료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나마 주말에는 응급실 진료만 가능하다. 이 원장은 “600만 인구가 사는 영남권을 통틀어 소아 응급실 진료와 입원이 모두 가능한 의료기관은 양산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며 “환자가 폭주해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보니 양산부산대병원 소아 응급실을 가면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돌려보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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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소아 응급실 진료 구멍···중증 환자 내원하면 전원 부담에 ‘이중고’
이러한 현실은 아동병원협회의 설문조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협회가 지난 27~29일 전국의 아동병원 50곳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가량이 119구급차로 전원 오는 응급 환자를 수용하고 있었다. 구급차를 통한 응급 전원 건수를 물었을 때 한달에 5건 이하라는 응답이 56%로 가장 많았고 6~10건이 22%, 11~15건이 4%, 16건 이상이 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달에 120건에 달하는 119전원 환자를 받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아동병원의 소아 응급실화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됐음을 실감케 한다. 구급차로 이송받은 환자 중 준중증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았는데, 이들을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 이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은 72%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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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병원에서 수용 불가능한 중증 응급 소아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키려면 적게는 1건, 많게는 10건 넘게 전화를 돌려야 한다. 그 사이 소아청소년과 외래진료실에선 장시간 대기하던 환자 보호자들이 병원의 잘못인양 오인해 간호사들에게 불만을 터뜨리고 돌아가는 현상도 펼쳐진다.
이 원장은 “응급 환자 이송이 안되면 해당 환자에게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매달리느라 현장이 마비될 뿐 아니라 자칫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법적 책임 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 2중고를 겪는다”며 “소아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들어오면 일반 진료가 마비되다 시피 하다 보니 환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다 불만을 터트리고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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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초 사태 더 심각해질라···“아동병원-소방청 대응체계 마련 시급”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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