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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르포]"올해 첫 '물복' 만나보세요"…남원 그린황도복숭아 농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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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복숭아 산지 방문

6월 말 제철 그린황도복숭아, 높은 당도 인기

과일 검품부터 포장까지 자동화

출하 후 24시간 내 홈플러스 매대 올라

"정상, 특 6과. 정상, 특 4과. 정상, 특 5과."

지난 27일 오후 전북 남원시 남원원예농협 스마트 농산물유통센터. 현장에 들어서자 공장 장비를 연상케 할 정도의 대형 과일분류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분류기에 딸린 모니터에서는 과일의 크기와 당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다. 작업자들은 이날 입고된 복숭아를 육안으로 확인한 뒤 분류기에 올려놓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분류기에서 무게와 비파괴 당도 검사를 거친 과일은 등급별로 모였고, 포장까지 자동으로 이뤄진 뒤 박스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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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의 남원원예농협 스마트 농산물유통센터에서 복숭아 선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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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방문했던 복숭아 농가에서는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남원시에 위치한 '방극완 농장'에서는 극조생종인 '그린황도복숭아'를 비롯해 마도카, 대극천 등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품종을 중심으로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었다. 이 중 그린황도복숭아는 6월 말부터 수확돼 생산 시기가 가장 빠른데, 기자가 농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수확이 막바지에 접어들어 나무 아래 줄기에만 복숭아가 달려 있었다. 복숭아의 당도와 수확 시기는 일조량이 결정하는데, 상대적으로 햇빛을 많이 받는 나무 위쪽의 복숭아부터 수확하기 때문이다.

그린황도복숭아는 복숭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품종으로 남원 복숭아 중 으뜸으로 꼽힌다. 일반 복숭아 대비 절반 크기지만, 평균 당도는 11브릭스(Brix) 이상일 정도로 당도가 높다. 그린황도복숭아는 과육이 말랑말랑한 이른바 '물복'으로 분류된다. 껍질을 손으로 벗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실제 이날 나무에서 즉시 수확한 그린황도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자 곧바로 단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분지 지역인 남원의 기후적 특성 덕분에 고품질의 그린황도복숭아를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재배할 수 있다.

이 품종은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의 그린황도복숭아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147%) 증가했는데, 남원 복숭아 전체 매출 신장(207%)에 기여했다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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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농장의 방극완 농장주가 그린황도복숭아를 따고 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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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농장주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복숭아 농장을 운영 중이다. 농업대를 졸업한 뒤 본격적인 농장 경영에 나섰고, 전북 농업 마이스터대학에서 복숭아 과정까지 수료했다. 방 농장주가 한 해 동안 생산하는 복숭아의 전체 물량 중 90% 이상을 홈플러스를 통해 납품한다. 그가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대형마트에 판로를 개척한 비결은 신품종 복숭아다. 차별화된 품질의 복숭아를 생산하기 위해 고민하던 그는 새로운 형태의 복숭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에 주목했다. 이에 복숭아 전문과정을 수료하면서 신품종 복숭아 생산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고객에게 고품질이면서도 새로운 품종의 과일을 제공하려는 홈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복숭아는 다른 과일보다 품종 선택이 중요하다고 방 농장주는 설명했다. 사과(부사, 후지)나 포도(캠벨, 샤인머스캣), 배(신고) 등 대표 품종이 있는 다른 과일과 달리 복숭아는 대표 품종이 없어서다. 품종은 300여개 이상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복숭아의 색깔(백도, 황도)이나 과육의 단단함(물복, 딱복)이 각기 다르다. 방 농장주는 "복숭아 재배는 초기 품종 선택이 농사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빨리 수확되는 복숭아인 만큼 고품질 과일 선별에도 공을 들인다. 소비자들이 그해 처음 만나는 복숭아인 만큼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린황도복숭아가 매대에 오르기까지는 5차례 이상의 검수 절차가 진행된다. 농장주가 과일을 자체적으로 선별하는 1차 선별을 거친 뒤 남원원예농협에 납품하면 과일의 외형과 크기, 무게, 당도 비파괴 검사 등 3단계에 걸친 품질 검수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과일은 납품될 수 없다. 이렇게 4단계에 걸친 선별검사를 거친 뒤에야 포장돼 물류센터로 향하지만, 검수는 끝나지 않았다. 물류센터에서도 상품 중 일부를 무작위로 골라 자체 품질검사를 진행한다. 마지막 품질검사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과일이 다수 검출된다면 납품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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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 남원원예농협 스마트 농산물유통센터에서 포장된 그린황도복숭아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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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러 과정에 걸쳐 품질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날 수확된 복숭아는 바로 다음 날 우리 식탁에 오른다. 고품질 과일을 신선하게 판매하기 위해 수확 후 24시간 이내에 매장 진열대에 올리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오전 일찍 수확된 과일은 즉시 분류와 포장 작업을 거쳐 오후 6시경부터 경기 안성과 경남 함안의 홈플러스 물류센터로 옮겨진다. 이후 각 지역의 홈플러스 매장으로 향한다.

방 농장주는 홈플러스로의 납품을 시작한 뒤부터 과일의 품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가 매입부터 판매와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생산을 아무리 잘해도 판매를 못 한다면 소용이 없다"며 "홈플러스에서 좋은 가격으로 매입해 판매까지 해주는 덕분에 고품질 복숭아 재배에만 신경 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보다 많은 고객들이 정성 들여 키운 복숭아를 애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방 농장주의 바람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K-팝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K-팜(Farm·농장)도 유명하다"면서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온 품종도 (한국 농가들이) 원조보다 크게 키워 내보낸다"고 자신했다.

남원=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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