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파이’ 의혹 女시장…진짜 중국인이었다 ‘필리핀 발칵’

타를라크주 밤반시 앨리스 궈 시장
13세때 특별투자거주비자로 입국 궈화핑

13세때 특별투자거주비자로 입국한 궈화핑 여권(왼쪽)과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갈무리]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충돌하는 가운데, 필리핀에서 ‘중국 간첩’ 의혹을 받아 온 한 소도시 시장이 실제 중국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이 전날 성명을 내고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35·여) 시장 지문이 중국인 여성 궈화핑의 지문과 일치하는 것으로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이 확인했다.

혼티베로스 의원은 13세 때인 2003년 1월 중국인 여권을 소지하고 특별투자거주비자로 필리핀에 입국한 궈화핑의 지문 등 생체정보를 궈 시장 지문과 대조하도록 NBI에 요청해 이 같은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혼티베로스 의원에 앞서 셔윈가찰리안 상원의원도 필리핀 투자위원회와 이민국에서 입수한 궈화핑 명의 특별투자거주비자 사본과 중국 여권 사본을 근거로 궈 시장이 중국인 궈화핑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가찰리안 의원이 제시한 비자에는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있고 여권에는 궈화핑이 1990년 8월 31일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났다고 기재돼 있다.

혼티베로스 의원은 궈화핑이 ‘앨리스 궈’라는 이름을 한 필리핀인으로부터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궈화핑이 중국인이면서 필리핀 시민 신분을 부정하게 얻어서 시장직에 출마, 아주 힘 있고 영향력 있는 필리핀인들의 신뢰와 우정을 얻었다”며 “그가 필리핀인으로 가장한 것은 밤반시 유권자와 정부 기관, 모든 필리핀인을 크게 모욕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혼티베로스 의원은 궈 시장과 궈화핑 지문이 일치하는 것은 궈 시장의 공직을 박탈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농촌 소도시인 밤반시 시장인 궈씨는 지난 3월 시장실 바로 뒤에 있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쭌위안 테크놀로지’에 대한 당국의 단속을 계기로 주목을 받았다. 단속 결과,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같은 사기 범행이 일어나는 범죄 소굴로 드러났다.

당국은 이곳에서 중국인 202명과 다른 외국인 73명을 포함해 감금된 약 700명을 구출했다.

궈 시장은 문제의 도박장이 있는 약 7만9000㎡ 부지의 절반과 헬기 1대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궈 시장의 출신 배경과 경력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서 ‘실은 중국인이 아니냐’, ‘중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지난주 궈 시장과 이 업소 설립자 등 14명을 밀입국 알선·인신매매 관련 혐의로 기소했다.

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POGO)로 불리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도박이 금지된 중국 본토 고객들을 겨냥한 중국인들 투자로 2016년께부터 필리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당국 단속 결과 이들이 업장에서 밀입국 알선·인신매매, 보이스피싱 등 사기, 성매매와 같은 갖가지 범죄가 벌일 것으로 확인했다. 또 단속 과정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복·훈장·계급장과 총 등도 발견되면서 이들 업장이 중국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