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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간첩 조작’ 피해 유족, 국가와 이근안에 승소…법원 “7억여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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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남선씨 유족, 국가와 이근안씨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세계일보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른바 ‘고문 기술자’로 알려진 전직 경찰 이근안씨가 참여한 수사에서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납북어부 고(故) 박남선씨의 유족에게 국가와 이씨가 총 7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손승온 부장판사)는 박씨 유족이 국가와 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 5명에게 총 7억1688만원을 배상하고, 이씨는 이 중 2억1506만원을 공동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배상 비율은 국가가 70%, 이씨가 30%다.

앞서 박씨는 1965년 서해 강화도 인근 함박도에서 조개를 잡던 중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귀국했다.

수사기관은 12년이 지난 1977년 박씨를 불법 연행하고 고문해 간첩 혐의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 이씨가 참여했다. 조작·왜곡된 증거를 토대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돼 1985년 1월 만기 출소한 박씨는 2006년 패혈증으로 숨졌다. 2019년 8월 유족이 청구한 재심에서 서울고법은 불법 체포와 구금·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이 확정되면서 박씨는 뒤늦게 누명을 벗었다.

박씨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공권력 행사가 범죄 수사와 처벌이라는 외관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특히 미성년이었던 박씨의 자녀들이 ‘간첩의 가족’이라는 누명을 쓴 채 극심한 수준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도 봤다. 이씨에 관해서는 가혹한 고문과 불법 수사로 위법성이 중대하다면서도, 당시 사법경찰관으로서 상위 수사본부의 지휘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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