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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패배자·호구” 도발에 “어린애·재앙”…세계인이 지켜본 두 노인의 ‘네 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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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감세공약’ 비판에
트럼프, 이민자 범죄 맞불
건강 질문에 ‘골프 논쟁’
“내가 더 멀리쳐” 도발에
바이든 “가방도 못들더라”

삼성공장 유치 성과 거론도


매일경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TV와 스마트폰 등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날선 공방을 벌였다. 2024.6.28 [사진 =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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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의 미 대선후보 토론회는 4년 전인 2020년 10월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당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중간에 끼어들며 토론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지만, 이번 토론회에서는 그 정도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없었다. 상대방의 발언시간에 마이크를 끄는 규칙을 신설한 것이 무색했을 정도다.

하지만 변함없는 점도 있었다. 두 후보 간 ‘막말’이 수시로 오간 것이다. 미국 정치평론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발하는 언사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이성적인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겠다는 전략에서다.

이같은 예상 그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패배자’와 ‘호구’라고 표현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해 불복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투덜이(whiner)’로 지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에 지지 않았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재앙’이라고 언급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거론하며 “어리석은 정책 때문에 이민자들이 들어와 우리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 나는 이를 ‘바이든 이민자 범죄’라고 부른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사건이 주 방위군 투입을 거절한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책임이라는 ‘트럼프다운’ 주장도 내놓았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가 서로의 책임이라며 ‘네탓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로부터 추락하는 경제와 혼란을 넘겨받았고 우리는 그것을 복구해야만 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는 9% 인플레이션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물려받은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물가가 더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연평균 2500달러(약 350만원) 이상을 음식 등에 더 지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주장이 부정확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반박에도 과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언급하며 “내 덕분에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해 “이처럼 어리석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이 남자는 나토에서 탈퇴하고 싶어 한다”고 받아치는 등 두 후보는 현안마다 충돌했다.

각자에게 2분씩 주어진 클로징 멘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매일경제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날선 공방을 벌였다. 2024.6.28 [사진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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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는 건강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뜬금없이 ‘골프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 경기에서 더 멀리 공을 친다고 자신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가방조차 들고 다니기 힘들어한다”고 반박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핸디캡을 줄였다”고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지 말자”고 비아냥댔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의 일자리 창출 성과를 거론하며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 투자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부채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동안 생각의 흐름이 잃은 것처럼 보였다.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문장을 완성하지 못한 듯 어색하게 한참을 멈추고 비문으로 문장을 끝냈다”고 전했다. 칼 샤모타 코페이 수석 시장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바이든이 재앙 같은 토론을 하는 바람에 트럼프의 승리 확률을 급격히 올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낸시 쿡 블룸버그 선임 정치 기자는 “바이든이 자신의 임기 동안 창출한 일자리 수 통계를 혼동했다”며 “이 토론은 트럼프를 방어하기보다는 바이든의 나이와 재선에 대한 적합성에 대한 국민투표로 변했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민주당 일부 위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렇게 많은 준비를 했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오늘 토론 진행을 두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직후 진행된 민주당 파티에서 “우리는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거짓말쟁이와 토론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듯, 그는 26번이나 거짓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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