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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덮밥에 올릴 쇠고기도 못사”...역대급 엔저에 엔화구매력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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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값 38년만에 달러당 161엔 돌파
엔화 실질실효환율지수 역대 최저
수입 물가 상승에 가계 부담 커져
해외 의존도 높은 식료품 조달 비상


매일경제

6월 27일 엔 달러 환율 시세를 보여주는 전광판. [AFP 연합뉴스]


이례적 엔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엔화값이 28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61엔을 돌파했다. 엔화값이 달러당 161엔을 찍은 것은 1986년 12월 이후 37년 6개월 만이다. 달러뿐 아니라 유로 등 여러 통화들에 대한 엔저 진행으로 일본인들의 해외 물품 구매 시 부담이 늘고 있다. 엔화값은 유로화 대비로 172엔을 넘어서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호주달러 대비로도 2007년 이후 가장 낮았다. 엔화 구매력 지표는 최고치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수입 쇠고기 등 해외 식료품 확보에서 다른 나라에 밀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5월 68.65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73.19)를 밑돌았다. 54년 전보다도 엔화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의 수입 물가 상승을 야기해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며, 수출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화 구매력 저하는 일본은행의 기업물가지수에서 확인된다. 5월 수입물가지수는 엔화 기준 전년 동기대비 6.9% 상승한 반면, 미 달러화 등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3% 하락했다. 국제 제품 가격이 하락해도 엔화가치가 더 많이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및 식료품에서 두드러진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동남아시아산 바나메이 새우(흰다리새우)의 경우 국제 시세는 하락했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가격은 되레 높아졌다. 규동 등에 쓰이는 수입 소고기 조달도 어려워졌다. 1년새 30% 가격이 급등했는데, 올해 1~4월 일본의 미국에서 소고기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수입을 포기했다는 한 업자는 “(수입하려던 물량을) 다른 국가에서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

칠레산 포도, 스페인산 돼지고기도 비슷한 상황이다. 회전초밥 가게에서는 연어가 저품질 생선으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햄을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는 “수입 가격이 너무 올랐다.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재고도 금방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쳐 가계 부담도 키우고 있다. 미즈호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엔화값이 달러당 160엔이라고 가정했을 때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가구당 부담은 1년 전보다 9만엔(약 77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닛케이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명목임금이 늘어도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작년 2분기부터 개인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근로자부터 고령자까지, 고급 식자재부터 일반 소비품까지 절약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엔저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또다시 직접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이 강해지고 있다. 다만 일본 당국이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9조7천885억엔(약 84조3천억원) 규모의 시장 개입을 했음에도 엔저 흐름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입 효과는 한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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