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尹 추가 전언 공개
한동훈 "그런 말 안 했을 것"
일단 엄호 속 파장 확산 부심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6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서 성호를 긋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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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른바 이태원 음모설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며 총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공개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을 향한 비판에 초점을 맞추지만,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와 보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28일 야당은 일제히 김 전 의장 회고록에 나온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음모설 공방으로 들끓었다. 김 전 의장은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를 통해 2022년 12월 윤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날 "왜곡"이라 맞받았지만,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왜곡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아 오히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 발언을 뒷받침하는 추가 전언도 나왔다. 박홍근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김 전 의장으로부터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전해 들었다며, 당시 기록해 놓은 대통령의 발언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박 의원 메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MBC와 KBS, JTBC 등 좌파 언론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가 떠드는 아무 말 음모론에 경도되는 것도 모자라 사실로 믿고 국정 운영을 하고 있던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직접 정말 그렇게 말하고 생각했는지, 지금도 극우 유튜브를 시청하는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하고 좌익세력 공작을 의심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대통령이 있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2022년 11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 참석, 추모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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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논란 확산을 차단하는 데 부심하는 분위기다. 다만 발언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논란의 진원지가 된 김 전 의장을 향해 "스스로 본인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책임론 정도를 제기하는 데 그쳤다. 당권 도전에 나선 한동훈 후보는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사실대로라면 대단히 심각한 말 아니냐.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것으로 전혀 믿지 않는다"며 일단 엄호에 나섰다. 한 후보는 "김 전 의장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의 대화가 있은 지 2년이 다 되도록 왜 이야기를 안 했느냐"라고 반문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SNS에 "만약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게 사실이라면,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실 여부를 분명히 밝히고, 무엇이 왜곡이고 진실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재섭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조작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전날 진행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음모설 제기에 대해 "우리 정치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데 깜짝 놀랐다"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신문과 방송 등 주요 매체들이 균형 있게 보도한 걸 보고 판단하는데, 대통령이 극소수 0.001% 사람들이 주고받는(정보) 것에 영향을 받아서 올바른 판단을 못 한다면 잘못 아니냐"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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