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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생보사로 눈돌린 우리금융…'낙동강 오리알' 된 롯데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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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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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롯데손보 가격을 놓고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의 '패키지 딜'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며 롯데손보 입장에서는 속이 쓰리게 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은 롯데손보에 대한 실사 결과를 토대로 이날 오전 진행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롯데손보 인수전에서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였던 우리금융이 불참하며, 본입찰에는 외국계 투자자 1~2곳이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불참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매각 대상이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7.04%(경영권 포함)이었는데, JKL파트너스의 매각 희망가가 2조원대의 높은 수준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 의지가 있는 잠재 원매자들은 롯데손보의 지분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애당초 롯데손보의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우리금융 역시 적정가격 이상의 무리한 배팅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손보 매물 검토를 위해 의향서를 제출했다"면서도 "실사를 통해 가격 등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며, 검토 후 적정가격 이상의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대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검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본입찰을 사흘 앞둔 지난 25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협의를 위한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금융이 새로운 매물을 검토하고 나선 것을 두고 롯데손보 실사 결과가 우리금융이 원하는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롯데손보를 인수하더라도 이후 상위권 손보사로 도약할 수 있을 만큼의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이전부터 수차례 인수합병(M&A) 시장에 오르내렸던 인기 매물로 꼽힌다. 동양생명의 최대 주주는 다자보험으로 지분 42.01%를 보유 중이다. 다자보험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33.33%로 다자보험 측 지분이 75.34%에 달한다. ABL생명의 경우 안방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다만 우리금융이 손보사 대신 생보사 인수로 선회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생보사는 손보사보다 인구구조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 분야라 손보사 대비 사업 여건이 더욱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보산업은 시장 포화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 올해 한국은 합계 출산율이 올해 0.6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2025년에는 65세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권은 생보업계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나,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규모를 합치면 업계 6위의 회사가 되기 때문에 단 번에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볼륨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규모는 각각 32조4402억원, 17조4707억원으로 단순 합산하면 49조9109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다자보험 측이 중국 현지 당국으로부터 해외 비핵심 자산을 조속히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는 만큼 가격만 잘 조율된다면 패키지 딜이 원활하게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본입찰을 포기하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검토에 집중하기로 한 것도 가격 눈높이가 어느 정도 맞춰진 것이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8월 진행됐던 ABL생명 매각 입찰을 살펴보면 ALB생명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동양생명의 몸값은 약 1조~1조원대 중반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과 다자보험 측이 적정 수준에서 몸값을 맞춘다면 우리금융 보유 자금(1조8000억~2조원) 내에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치면 업계 6위의 회사를 단번에 가져갈 수 있다"며 "손보사 자체는 생보사 대비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롯데손보의 경우 몸값 거품이 심하다는 이야기가 지속해서 나왔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으니, 한꺼번에 규모를 가지고 갈 수 있고 가격 논란에서도 고민할 필요 없는 쪽을 더 선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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