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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박세리 울린 가족 재산 분쟁... 처벌 어떻게 달라지나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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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 재산 분쟁 어떻게 달라질까

조선일보

프로골퍼 출신 박세리(왼쪽)씨가 지난 18일 아버지 박준철씨를 고소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앞서 박씨는 지난 11일 박세리희망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아버지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소했다. 친형을 횡령 혐의로 고소한 방송인 박수홍(오른쪽)씨가 지난해 3월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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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7일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가족 간 재산 범죄 사건이 부쩍 늘어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부모와 자녀 등 직계혈족과 배우자, 함께 사는 친족(8촌 이내의 혈족·4촌 이내의 인척) 등이 사기·절도·횡령 범죄를 저질렀을 때 검찰은 대부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피해자가 처벌해 달라고 해도 경찰이나 검찰은 합의를 종용하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법조인은 “사실상 위헌으로 판단된 이 조항이 국회에서 개정되면,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고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Q1 헌법불합치 결정된 핵심 이유는

헌재가 형법 328조 1항이 규정한 친족상도례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본 이유는 가족의 재산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또 가족의 형태가 핵가족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먼 친척의 범죄까지 처벌을 면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넓은 친족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형(刑)을 면제하는 것은 형사 피해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고, 가족·친족 제도의 형식적 면만 유지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금액이 크고 불법성이 중대한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처벌을 면제해 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50억원이 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사건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가족이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Q2 박수홍 형, 박세리 아버지 처벌될까

친족상도례는 유명인들이 가족에게 거액의 돈을 뜯겼다고 주장하는 사건에서도 늘 논란이 됐다.

방송인 박수홍씨는 2021년 4월 친형이 자신의 출연료 등 61억여 원을 빼돌렸다고 고소했고, 이듬해 10월 검찰은 박씨의 친형을 구속 기소했다. 그즈음 갑자기 박씨의 아버지가 나서 “(박수홍의) 재산을 내가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씨 측은 ‘아버지가 친족상도례 조항으로 형의 처벌을 막아주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그렇게 인정됐으면, 아버지는 불기소되고, 형도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박씨의 형은 같이 살지 않는 친족이기 때문에 처벌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프로 골퍼 출신 박세리씨도 최근 아버지와 금전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가 박세리씨가 운영하는 재단의 도장을 위조해 개인 사업에 몰래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박씨의 아버지는 사문서 위조 혐의를 받고 있어서 친족상도례와 상관없이 혐의가 확인되면 처벌받게 된다.

Q3 참았던 가족 범죄, 처벌로 이어질까

헌재가 이날 심리한 사건 중에는 치매 노모의 예금을 자녀가 몰래 빼돌린 사건이 있었다. 아들 A씨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며 예금 계좌를 관리해 왔는데, 어머니가 사망하자 이를 자기 돈처럼 썼다는 의심을 받았다. 딸 B씨가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횡령이 인정돼도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 이 밖에 의붓아버지가 횡령을 저질렀다며 소송을 낸 딸의 사건도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이처럼 그동안 처벌이 면제됐던 가족 간 재산 범죄가 줄줄이 재판으로 넘겨지게 됐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당장 친족상도례가 중지된 만큼 그동안 참았던 가족 간 고소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이고, 수사 기관도 적극 수사해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의 경우, 불기소 처분이 됐더라도 항고, 재항고 등으로 다시 수사가 진행되는 일도 벌어질 것 같다”고 했다.

Q4 친족상도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까지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 법조계에선 “가족 간 친밀도나 범죄 피해 정도에 따라 처벌 대상이나 규정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수홍씨를 대리했던 노종언 변호사는 “친족 간 재산 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은밀하고 잔인하게 장기간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친족을 살해하거나 추행하는 범죄는 가중 처벌하면서, 재산 범죄는 면해주거나 감경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벌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유대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따라 재산 범죄의 처벌 여부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친족 간 재산 범죄의 처벌을 면해주는 특례 규정으로, 형법 328조에 명시돼 있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 친족(8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등) 등이 사기·배임·횡령 등 재산 범죄에 대한 형이 면제되고 그 외 친족은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를 적용하고 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가까운 친족 내부 문제에 국가가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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