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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지금 긴축 맞나요…통화량 4000조 첫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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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M2 지표



유동성 지표인 시중통화량(M2)이 처음으로 40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통화량의 증가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량 증가세가 주춤하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 ‘약발’이 떨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광의통화(M2, 평균잔액·계절조정)는 4013조원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16조7000억원(0.4%)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4000조원을 돌파했다. 광의통화는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으로 늘고 있다. 광의통화는 현금 등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예·적금 등을 포함한 개념으로 시중 통화량을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지표다. 광의통화가 늘었다는 건 시중에 그만큼 많은 돈이 풀렸다는 뜻이다.

우려되는 점은 증가율이 최근 들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4월 광의통화(원계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늘었다. 2022년 11월(5.9%)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3월부터 2~3%대를 기록하던 전년 대비 광의통화 증가율은 3월 5%로 뛰더니 4월엔 그보다도 높아졌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3.5%로 인상된 뒤 동결을 이어간 만큼 고금리 긴축 기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유동성만 다시 불어나는 모양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금리 인하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었다. 이 때문에 장기 투자보단 2년 미만의 단기 예금에 돈이 몰렸다. 경상수지 흑자도 통화량을 늘린 요인 중 하나다. 기업이 달러를 벌어들인 뒤 이를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통화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증가세가 뚜렷해진 가계대출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조4054억원 늘었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1월엔 9000억원을 기록했고, 2~3월엔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지만 3월 들어 불어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최저 2%대로 내려오면서 이 같은 추세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기준금리는 그대로라고 해도 시중에서의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장에서 느끼는 긴축 수준은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은은 신중한 입장이다. 광의통화량의 증가는 여러 변수의 하나일 뿐 긴축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고, 근원물가가 떨어지고 있다. 통화량만으로 금융시장이 완화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편적으로 시중 통화량을 측정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광의통화다. 시중에 돈이 점차 많이 풀리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가격이나 전반적인 물가의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쏠릴 경우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 예금 등을 중심으로 통화량이 증가한다는 건 향후 투자를 위해 돈이 모이고 있다는 의미”라며 “향후 입주 물량이 제한된 수도권 아파트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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