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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수영하고 K팝 보고…일본 느리게 가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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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코스타크루즈 세레나호. 11만t에 달하는 규모로, 승무원을 포함해 4500명이 탑승한다. [사진 코스타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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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7시 부산항에서 11만t급 코스타크루즈 세레나호에 올라탔다. 저녁놀 물든 바다가 반겨줬다. 이후 3박4일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봤고, 여러 레스토랑에서 미식 체험을 즐겼고, 원조 케이팝 가수의 공연을 감상했다. 나가사키와 구마모토, 기항지로 들른 일본 규슈의 도시도 흥미로웠다.

14층 높이 세레나호 타고 3박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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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발코니 객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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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은 배가 중요하다. 14층 높이의 세레나호는 가로 길이가 290m에 달한다. 63빌딩 높이보다 40m 더 길다. 승무원 1100명을 포함해 4500명이 탑승하고, 뷔페를 비롯한 5개 레스토랑과 13개 테마 바, 카지노와 면세점도 갖췄다. 내부가 워낙 넓어서 조금만 돌아다녀도 금세 1만 보가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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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탑승한 세레나호에는 1990년대 유명 가수가 탑승해 공연을 펼쳤다. 지오베 대극장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는 가수 고유진씨.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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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루즈 여행은 ‘크루즈여행닷컴’이 기획했다. 배를 통째로 빌리고 유명 가수를 초청해 흥 넘치는 밤을 책임졌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힙합 선구자 현진영, 원조 아이돌 HOT의 이재원 등이 지오베 대극장 무대를 장식했다. 차분했던 선상이 일순간 축제장으로 변했다. 5층 그랜드 바에선 이탈리아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바다의 어렴풋한 미동을 느끼며 들은 엘튼 존의 ‘새크리파이스’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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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호 11층에 위치한 실내 수영장.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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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호에는 가족 단위 승객이 많았다. 아이들이 선상 위를 뛰놀았고, 부모를 모시고 탄 이들도 많았다. 뱃놀이 즐기면서 일본을 오가는 일은 비행기 여행보다 체력 부담이 적게 느껴졌다. 70대 어머니와 함께 배를 탄 김원상씨는 “어머니가 몸이 약해서 멀리 못 다니시는데 볼거리와 먹거리를 모두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체력 부담 적어 부모 모신 가족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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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안에는 카지노장도 있다. 이용객이 많진 않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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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에서는 뭔가 하지 않아도 좋았다. 맥주 한 캔과 함께 망망대해를 누리는 것만으로도 시름이 잊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옥상으로 올라가 일광욕을 하거나 조깅 트랙을 달려도 좋았다. 공해를 통과할 때는 통신이 끊겼다. 하루 19달러를 내면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지만 별로 인기가 없었다. 통신 두절이 묘한 해방감을 줬다. 노트북에 내려받은 영화를 보다가 까무룩 잠들었다 깨니 어느덧 일본 통신권 안에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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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쓰시로 항에 있는 구마몬 동상.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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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호는 나흘간 일본 도시 두 곳을 들렀다. 배가 기항지에 정박하면 선사가 준비한 유료 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되고, 자유롭게 쏘다녀도 된다. 물론 배에 머물러도 된다. 출항 이튿날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네덜란드풍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 208개 섬이 내려다보이는 쿠주쿠시마 국립공원 등을 방문했다. 다음날엔 구마모토성, 아소산 국립공원의 관문인 야쓰시로항에 정박했다. 항구에 세워진 지역 마스코트 구마몬 동상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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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현 사세보 항에 있는 조형물.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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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과 함께 크루즈 여행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크루즈여행닷컴 변동영 대표는 “올해 부산으로 들어오는 크루즈 숫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입항 횟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행정보=크루즈를 타면 매일 새벽 객실로 배달되는 선내 신문을 보고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다. 일본 기항지에서 쓸 현금을 꼭 챙겨야 한다. 선내 면세점은 물론 기항지에서도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크루즈여행닷컴이 세레나호를 통째로 빌리는 부산발 일정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1월 29일 오키나와, 2월 3일 홋카이도로 가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가사키·구마모토(일본)=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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