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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가족 간 재산 범죄 처벌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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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71년 만에 만장일치 결정

“일률적으로 형 면제 문제 있어”

2025년 말까지 법 개정해야 효력

‘친고죄’ 조항은 합헌으로 결정

가족 간에 절도와 횡령 등 재산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친족 간 재산 관련 범죄에 관한 특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친족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면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해당 조항을 도입한 이후 71년 만에 나온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헌재는 27일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법원과 검찰은 이날부터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게 됐다. 헌재가 명시한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의 효력은 상실된다.

세계일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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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형사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며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부모·자식)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서 벌어진 재산범죄 중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거의 모든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까운 친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선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해당 조항을 현실에 맞게 손질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사회 변화와 함께 친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친족 간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인 박수홍씨 친형의 횡령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헌재는 친족상도례의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넓은 범위의 친족 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운데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돼 본래 제도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이나 미성년자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을 제외한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한 328조 2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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