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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환전할 때…아직도 수수료 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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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외환 서비스 전쟁


여행 갈 때, 해외 송금할 때 매번 걱정되는 것이 환율과 수수료다. 은행 창구에서 환전할 때 보이는 빨간 글씨의 ‘팔 때, 살 때’ 팻말에 주눅 들 때도 많았을 테다. 달러 매입할 때는 비싸게 사고 반면 팔 때는 뭔가 손해 보고 파는 느낌이다. 송금할 때는 어떤가. 해외에 유학 보낸 자녀가 있는 집은 매일 일어나 환율부터 확인한다. 몇 원 차이 안 나는 것처럼 보여도 돈 보낼 때가 되면 백만원 단위 이상 손해 볼 때도 있다. 여기에 송금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뒷골이 뻣뻣해진다. 해외 나가려고 공항에 갔는데 주거래은행이 없을 때 역시 난감하다. 환전할 때 수수료를 더 내야 하기 때문. ‘생돈’ 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래저래 외환 관련 불편함, 아쉬움이 많았다.

엔데믹 이후 해외 교류가 재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권은 물론 증권,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투자, 송금, 결제 관련 혁신 서비스를 내놓으며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매경이코노미

하나금융그룹의 트래블로그가 최근 500만 고객을 돌파했다. (하나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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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카드는 격전지

하나·신한 이어 국민·우리 참전

올해 6월 초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이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등이 총출동했다. ‘24시간 365일 모바일 환전’을 표방하는 해외여행 서비스 ‘트래블로그’ 가입자 수 500만명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2022년 첫선을 보인 트래블로그는 6개월 만에 환전액 1000억원을 돌파한 후 지난해 말 환전액 1조원,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1조9000억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트래블로그가 제공하는 혜택으로 금융 소비자가 절약한 금액이 얼마인지 봤더니 환전 수수료 572억원, 해외 이용 수수료 280억원, 해외 ATM 인출 수수료 159억원 등 약 1000억원이 넘었다. 여세를 몰아 하나금융그룹은 41종 통화 환율 우대 100%(무료 환전), 통화별 환전 한도 300만원까지 확대, 외화 무료 송금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트래블로그 서비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다른 시중은행도 숟가락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이 눈에 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2월 SOL트래블카드를 내놨다. 첫 달인 2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20만명, 이후 6개월여 만에 8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결과물을 신한카드 실적으로 보는 이도 있을 터. 그러나 찬찬히 따지고 보면 체크카드는 은행을 통해 판매하고 그룹 슈퍼앱인 ‘신한쏠’을 통해 종전 고객도 트래블카드 존재를 알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전사적으로 움직인 실적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시장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은행 계열 지주사들이 대거 참여, 시장 규모가 한층 확장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종전 서비스에서 하지 못했던 차별점을 포착해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하는 분위기다. 신한 쏠트래블이 환전 후 전용 외화계좌에 보유한 외화 중 미국 달러에는 연 2%, 유로화는 연 1.5%의 이자를 주는 식이다. 또 체크카드임에도 공항 라운지 이용(전월 실적 30만원 충족, 상하반기 각 1회), 일본 3대 편의점(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과 베트남 그랩·롯데마트, 미국 스타벅스 등에서 5% 할인(월 3000~5000원 한도)도 제공한다. 그러자 KB ‘트래블러스 체크카드’가 33종 통화 환전 시 상시 환율 우대 100%를 제공하고 전월 이용 실적과 관계없이 해외 가맹점 결제, 해외 ATM 인출 수수료를 면제하는 식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는 해외 ATM 출금 수수료 면제, 전 세계 1300여개 공항 라운지 연 2회 무료 이용 등으로 혜택을 더 진화시켰다. NH농협은행도 곧 비슷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환전 수수료 공짜 경쟁도 치열

토스뱅크 외화통장이 불 질러

‘평생 무료 환전’.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올해 1월 내놓은 외화통장 슬로건이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종전 체크카드 소유자라면 해외 결제와 ATM 출금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환전·출금 수수료 무료는 기본이다. 또 체크카드로 월 환전 한도를 1억원으로 설정, 장기간 해외여행이나 출장 가는 이들의 수요를 흡수했다. ATM 출금 한도나 결제 한도도 없애 더욱 호응이 컸다.

그 덕에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출시 100여일 만에 100만좌를 돌파했고 6월 초 기준 누적 환전 거래량은 5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여타 시중은행도 외화통장·체크카드 콤비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토스은행의 이런 행보는 요즘 불붙은 제4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때 선배(?)의 모범 사례로도 거론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있으니 창구 운영 등에 쓸 돈을 이런 혁신 금융 서비스를 만들고 내놓는 데 쓸 수 있다는 논리다.

작은 고추 무시 못하겠네~

트래블월렛·센트비 등 스타트업 약진

은행권 외환 관련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기 전에 이미 핀테크 스타트업 쪽에서는 다양한 외환 관련 혁신 서비스를 내놓고 사세도 키우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뒤따른 트래블카드 시초는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이다. 2017년 창업, 2021년 첫선을 보인 트래블월렛은 지금은 은행권이 다 따라 하는 해외여행이나 해외 직구 시 결제·환전 수수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지불결제 서비스를 오래도록 제공해왔다. 이와 연동된 트래블페이라는 체크카드는 하나금융그룹보다 빨리 500만명을 넘겼다. 트래블월렛 앱을 통해 38개국 통화 중 원하는 외화를 환전하면, 전 세계 1억곳의 비자(VISA)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가 이곳과 손잡고 다양한 외환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후문이다.

해외 송금 분야에서는 이나인페이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2017년 국내 최초 해외 송금 1호 라이선스를 취득한 이나인페이의 주요 고객은 한국 거주 외국인 근로자다. 이들에게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해외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난 6년 동안 외부 투자 없이 연평균 48%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핀테크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계속 흑자에,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한다. 이나인페이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77억원, 영업이익은 175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약 41%,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다른 핀테크 스타트업 센트비 역시 성장세가 뚜렷하다. 전 세계 50여개국으로 송금할 수 있고 현지 은행 계좌가 없어도 현지 에이전트로부터 환전한 현금을 바로 찾아 쓸 수 있게 차별화했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간 장기 체류객이 현지 월세 등 큰돈을 내야 할 때 센트비 캐시 픽업 서비스를 신청, 송금 신청 5분 만에 수취코드를 전달받은 픽업 에이전트로부터 현지 화폐를 전달받아 생활비로 쓰는 식이다. 지난해 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2~3년 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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