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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아리셀 이주노동자 3인 인터뷰…“교육? ‘안전하게 일하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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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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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는 무엇인지 몰랐어요.”(이주노동자 ㄱ씨·중국동포·F-4 비자)



“안전교육? 안전하게 일하자 정도였어요.”(이주노동자 ㄴ씨·중국동포·F-4 비자·세척업무)



“대피도는 있었지만 종이 한장, 사진과 함께 있었을 뿐인데…. 그게 무엇인지 따로 얘길 듣지 못했고요.”(이주노동자 ㄷ씨)



모두 아리셀 공장 작업이 위험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듣지 못했을 뿐이다. 불이 나면 현장을 벗어나냐 한다는 정도를 모를 리 없다. 다만 안전교육도 예방교육도 없었으니 리튬이라는 위험물질이 폭발했을 때 얼마나 빨리 현장을 벗어나야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화마를 피하기 위한 대피로를 숙지할 기회도 없었다. 회사의 주장대로 사무실 벽 ‘대피도’를 기억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조차도 “달랑 한 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지 못했다.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째, 당일 참사 현장에 있었던 이주노동자 3인을 인터뷰 했다. 한겨레는 전화로 각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져 답을 들었다. 이들은 화재 당시 배터리에서 전기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인 전해액 주입작업이 이뤄지는 1층에 있어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은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각자의 인터뷰는 길지 않았다.





―평소에도 화재가 많이 발생했는지 궁금하다. 배터리 폭발 사고는 종종 있었나.



ㄱ씨 “나는 일한 지 한 달밖에 안됐기 때문에 과거 이야기는 모른다. 토요일 화재 정도만 안다. 당시 문제가 된 배터리를 별도 공간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화기를 가져와 껐다. 잘 꺼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엄청 놀랐는데 이번 화재도 엄청 놀랐다. 1층에서 근무하는데 화재경보기 소리를 듣고 바로 대피했다. 그 과정에서 2층이랑 연결된 계단으로 검은 연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더 빨리 대피했다.”



ㄷ씨 “토요일 화재가 있었던 것은 안다. 그런데 내가 나갔을 때는 이미 소화기로 다 끈 상태였고 작업자들도 거기서 다들 흩어진 상황이었다.”





―근무할 때 화재나 산업 안전 교육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ㄱ씨 “세척이 끝난 배터리를 적치할 때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마주 보게 쌓아놓지 말라는 정도로 간단한 얘기만 들었다.”



ㄴ씨 “생각해보니, 아침회의때 잠깐 말하는 정도. 일상적으로 ‘안전하게 일하자’ 이 정도. (그 회의를 이끌었던) 차장님도 이번에….”



ㄷ씨 “월, 수, 금 아침에 조회했다. 그때 작업지시를 하는데 ‘몸조심해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수준이다.”





―그럼 그때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해라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은 있나.



ㄱ씨 “생각이 안난다.”



ㄷ씨 “없다. (그럼 그냥 작업지시만 한 건가) 그렇다.”





―지난 5일 남양119안전센터에서 회사에 방문해 화재안전 컨설팅을 해줬다고 한다. 당시 화재 발생 시 대피 방법 교육을 잘하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번 달에 혹시 그런 교육 받은 것은 있나



ㄱ씨 “안 이뤄진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리셀은 화재 다음날 이번 화재와 관련해 사과하면서 공장에 소방 대피 매뉴얼이나 대피 도면 같은 게 붙어있다고 말했다. 혹시 이런 것은 본 적 있나.



ㄱ씨 “지금 생각해보는데 생각이 안 난다.”



ㄴ씨 “말로만 했다.”



ㄷ씨 “그건 봤다. 종이 한장 달랑. 생각해보니 지도랑 대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던 것 같다. 사진도 있고. 작업실마다 붙어있었다.”





―화재는 2층 배터리 적치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거기 원래 그렇게 배터리가 많이 적치돼있었나



ㄷ씨 “배터리가 많이 적치돼있었다. 이번 달 내내 적치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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