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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일주일 만에 사퇴한 최연소 교총 회장…교사들 “최악 시나리오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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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39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에 20일 역대 최연소로 당선된 박정현 신임 회장. 사진 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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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자에게 부적절한 편지를 보내 성비위 논란이 불거진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이 27일 자진 사퇴했다. 교총 역사상 최연소(44세) 회장으로 당선된 지 일주일 만이다.



최연소 교총 신임회장, 일주일 만에 사퇴



박 회장은 이날 교총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교총의 모든 선생님께 깊이 사죄하고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제 지난 과오와 실수로 한국교총과 회원님, 그리고 전국의 선생님들께 심려를 끼치고 명예에 누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다.

지난 20일에 당선된 박 회장은 선거 직후 ‘편지 논란’이 불거지자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선생님들의 교권 보호와 교총, 그리고 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22일 입장문)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자신을 지지했던 지역 교총 회장단에서도 28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사퇴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물러나기로 했다.



“당신을 사랑해” 여제자에게 편지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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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 박정현 신임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줄잇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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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지난 2013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던 도중 한 여학생에게 “아침에 널 만나기 위해 눈이 빨리 떠졌다”, “꿈속에서도 당신을 떠올리고 사랑하고 있다” 등의 표현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는 학생을 “여신님”이라고 칭한 문구도 있었다. 박 회장은 이 일로 당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견책’ 조치를 받고 인근 중학교로 전근을 가기도 했다.

교총 회장 선거 과정에서 이러한 징계 전력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교총 선거분과위원회가 의혹을 제기한 상대 후보 측에 ‘추측성 의혹 제기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더 이상의 문제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박 회장은 “특정 학생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를 한 과정에서 편애라는 민원이 들어와 징계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박 회장은 2위 후보였던 조대연 고려대 사범대 교수를 5.97%포인트 격차로 따돌리고 38.0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최악 시나리오 피했다” 교총 재선거 준비



박 회장이 자신 사퇴하면서 교총은 당분간 수석부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후 차기 회장 선거를 다시 치를 계획이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후보자를 다시 모집하는 등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만 최소 두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대 교원단체로서 책임과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데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교총은 후보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재발방지책도 마련해 차기 회장 선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교육계에선 박 회장의 자진 사퇴로 사태가 일단락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전북의 한 교사는 “이번 논란으로 사회적으로 비춰지는 교사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가 컸다”며 “사실상 모든 교사는 사퇴를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모든 선생님이 납득할 만한 대표자가 다시 선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교총 내부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반응이다. 교총은 사실상 국내 유일의 보수 성향 교육단체지만 최근 회원 수 감소와 저조한 투표율 문제 등으로 내부의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박 회장이 선출된 이번 선거의 투표율도 57.3%로 지난 2022년 당시 선거(84.3%)보다 크게 감소했다. 교총의 한 관계자는 “자질 논란으로 교총 회장이 사퇴한 건 이번이 처음인 만큼 조직으로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회장 선거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가람·최민지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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