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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극우 막아야 한다” 마크롱 승부수 결말은?…프랑스 총선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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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투표 위임장 발급자 6.2배 많아

과반 득표자 없으면 2차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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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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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가 극우 정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유럽 사회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오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이 시작된다. 지난 9일 극우 정당에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즉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선언하면서 치러지는 때 이른 선거다.

최근 수년간 유럽사회는 이민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우경화됐고, 극우 정당은 더는 ‘아웃사이더’가 아닌 ‘주류 정당’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부상에 제동을 걸고자 조기총선이라는 ‘정치적 도박’을 택한 마크롱 대통령의 명운에 유럽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떠들썩했던 3주 유세 마무리…선거 돌입


갑작스러운 조기총선 결정에도 선거 열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시민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극우 집권은 파시즘의 부활”이라며 반대 시위를 벌였고, 각계에서 ‘극우 돌풍’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극우 부상을 우려하는 중도좌파 유권자들을 결집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계산이 어느 정도는 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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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총선이 결정된 다음 날인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시민들이 극우 정당의 득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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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대리 투표 위임장을 발급받은 사람은 직전 선거인 2022년보다 6.2배 많았다. 이번 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사전투표와 유사하게 당일 투표소 방문이 어려운 경우 대리 투표를 한다.

치열했던 3주간 선거운동을 마무리하고 30일 1차 투표가 시작된다. 프랑스 총선은 2차에 걸쳐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 당선이 확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끼리 다음 달 7일에 2차 투표를 치른다.

주요 정당으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 르네상스당이 이끄는 선거연합 앙상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거둔 극우 국민연합(RN), 좌파 성향 4개 정당이 모인 신인민전선(NFP), 그리고 샤를 드골 등 여러 대통령을 배출한 정통 보수 정당인 공화당 등이 있다.

마크롱 ‘승부수’가 ‘자충수’로?…극우 또 압승할 듯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극우 RN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RN의 지지율은 줄곧 35~36%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RN의 유럽의회 선거 득표율인 31.4%보다도 높다.

마크롱 대통령도 3주 만의 역전극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번 총선도 유럽의회 선거에서 1·2위를 기록한 RN과 르네상스당의 경쟁일 거라고 예상했고, RN과 2차 투표에서 맞붙어 ‘극우 반대’ 여론을 자극한다면 유권자들이 르네상스당에 표를 몰아줄 거라는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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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RN의 마린 르펜 의원, 조르댕 바르델라 RN 대표, 가브리엘 아탈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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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크롱 대통령이 2위 자리마저 좌파연합 NFP에 뺏겼다는 점이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건 정당 간 이견이 컸던 좌파 정당들의 연합이었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녹색당, 사회당, 공산당 등 4개 정당은 유럽의회 선거 때까지만 해도 심하게 분열돼 있었지만 조기 총선이 결정된 직후 빠르게 전열을 정비해 연합을 결성했다. 결국 극우 부상을 경계하는 유권자들은 중도우파 성향인 집권당보다는 NFP쪽으로 결집했다.

결국 최근 3주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르네상스당이 이끄는 앙상블의 지지율은 19% 정도에 머물렀고, 28%대 지지율을 보이는 2위 NFP에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RN이나 NFP가 제1당 자리를 차지한다면 임기가 절반 넘게 남아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동거정부’를 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프랑스는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했거나 다수 연합의 지지를 받은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는 게 관례다. 이에 따라 “프랑스 극우의 새 얼굴”로 떠오른 RN의 29세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직에 오르게 될지도 관심사다. 지지율 2위인 NFP는 RN을 누르고 다수당을 차지해 총리직까지 노리는 상황이어서 ‘좌파 돌풍’을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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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사노에서 열린 G7정상회의 반대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입에 피를 묻힌 마크롱 대통령의 사진을 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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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250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중앙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RN이 극우 내각을 꾸리면 불복종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국정 동력을 되찾겠다는 명분으로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을 했지만, 오히려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극우를 막기 위한 마크롱의 도박이 오히려 르펜을 권력으로 이끄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마크롱은 르펜과 극우 정당을 프랑스 권력의 코앞으로 이끈 인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왕따’에서 ‘주류’가 된 극우…긴장하는 유럽?


이번 선거로 RN이 극우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프랑스 정치권에서 ‘찬밥신세’였던 극우 세력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프랑스에선 특히 극우와의 연대가 ‘금기’였기 때문에 어느 주류 정당도 어느 곳도 르펜이 이끄는 RN과 손잡은 적이 없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그간 르펜의 극우 정당은 ‘너무 극단적’이라는 인식이 강해 협력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며 RN의 총선 승리 전망은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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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선거 행사에 조르댕 바르델라 당대표와 마렌 르펜 의원(왼쪽)이 함께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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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가 유럽연합(EU)의 기존 질서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례로 RN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EU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노선과는 정치적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정치컨설팅기관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마크롱의 조기총선이 EU 내에서 영국의 브렉시트와 맞먹는 파급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의 디미타르 베체프 선임연구원은 “EU의 핵심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에서 일어난 극우 돌풍이 유럽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유럽을 넘어 세계 질서 자체가 격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폴리티코는 “이번 총선은 프랑스는 물론, EU와 (미국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 동맹에 가장 파괴적인 선거가 될 수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가 대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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