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스=AP/뉴시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라파스의 대통령궁 앞에서 지지자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앞서 볼리비아 군부가 전차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진입했다가 아르세 대통령의 쿠데타 강경 대응 천명과 시민들의 반발 등으로 철수했다. 2024.0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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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쿠데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은 체포 직후 기자들에게 "최근 대통령이 나에게 '상황은 엉망이고 위급하다. 인기를 높이려면 뭔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에게) 장갑차를 움직일까요?라고 물었더니, '움직이라'고 답하더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요청했다는 의미다.
쿠데타 자작극 논란에 대해 이반 리마 법무장관은 "수니가 장군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며 "그는 민주주의를 공격한 혐의로 15~20년 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두아르도 델 카스티요 내무장관도 이번 쿠데타 시도에서 9명이 부상을 입었다면서 "연습이 아님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장갑차를 탄 군인이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에 위치한 무리요 광장에서 총을 겨누고 있다. 2024.06.26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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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쿠데타 발생 직전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묘한 흐름이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인기가 떨어진 현직 대통령과 4선에 도전하려는 전직 대통령의 암투가 치열한 상황이다. AP통신은 "최근 몇 달 동안 두 명의 정치 거물이 집권당을 장악하기 위해 싸우는 가운데, 심각한 경제위기는 지속되고 시위대가 수도로 몰려드는 가운데 고조된 긴장의 정점이 바로 쿠데타였다"고 평가했다.
2010년대 천연가스 개발로 고성장을 했던 볼리비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에너지 가격 하락, 외환보유고 탕진, 코로나 팬데믹을 줄줄이 겪으면서 경제 침체에 빠졌다. 이 기간 3선(2006~2019) 했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세 번째 선거 당시 부정선거 파문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면서 퇴진했다. 모랄레스는 후계자로 경제부 장관을 지냈던 루이스 아르세를 선택했고, 그는 당선돼 현재 대통령 자리에 올라 있다.
해외 망명을 떠났던 모랄레스가 귀국한 뒤 2025년 대선 출마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치적 동반자였던 집권당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정치싸움은 정부 마비로 이어졌고, 사회 불안은 폭발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라파스 대통령 궁 앞 무리요 광장에서 탱크와 장갑차 등을 앞세운 쿠데타 군이 봉쇄를 하고 있다. 2024.06.27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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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오후 3시쯤 볼리비아 군부는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대통령궁과 의회가 몰려 있는 수도 라파스의 무리요 광장에 집결한 뒤 무력으로 대통령궁에 진입을 시도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수니가 장군은 대통령궁 진입 전 현지 TV 방송에 "우리의 실망을 표명하러 왔다"면서 "나라가 이런 식으로 계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대국민 TV성명으로 "볼리비아 국민들은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스스로 결집해야 한다"고 호소했고, 군인들에겐 "불복종은 용납하지 않겠다"다고 응수했다. 동시에 군부 수장을 즉각 교체했다. 호세 윌슨 산체스 신임 합참의장이 군 복귀 명령을 내리자 군은 오후 6시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에 철수를 시작했다. 이날 저녁 경찰에 체포된 수니가 장군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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