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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아리셀 참사’에 이웃 잃은 중국 동포들 “여긴 다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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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앞에 붙어있는 인력업체 광고. 김채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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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땅에 돈 벌러 나왔다가 이게 뭐예요?” “다 우리 동네 사람일 텐데…”



이주 노동자 18명을 포함해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리튬전지 폭발 참사가 벌어진 지 이틀이 지난 26일 저녁. 경기 시흥시 정왕동 우체국 앞 사거리에 줄지어 선 인력 업체의 승합차에서 내린 이들이 저마다 안타까움을 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안산과 시흥, 그리고 화성에 있는 산업단지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중국 동포 노동자다. 시흥 정왕동은 참사가 발생한 화성 전곡해양일반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동포 밀집 지역으로 인구 12만여명 중 4만 명가량이 중국에서 왔다. 참사 사망자 중 중국 국적인 17명 대부분도 이 동네에서 인력업체 승합차를 타고 출퇴근했던 걸로 알려졌다. 참사가 발생한 이틀 전 아침, 퇴근을 의심하지 않으며 이곳에서 함께 일터로 향했던 셈이다.



중국 출신 노동자들은 함께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을 자신의 상황과 견주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쏟아냈다. 화성의 한 공단 전자제품 제조업체에서 사출(제품 검사) 업무를 하는 옌볜(연변) 출신 중국 동포 이송희(49)씨는 “젊은 애들이 죽었다는 소식 듣고 얼마나 안타깝던지. 이국땅에 돈 벌러 나왔다가 이게 뭐예요? 솔직히 안 좋은 말로 개죽음당한 거잖아요”라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어 “나도 조심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노동자가)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안산시 시화공단 마스크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중국 동포 소영춘(37)씨는 “다 우리 동네에서 일하러 가는 분들일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정왕동에서 만난 중국 동포들의 고용 형태 또한 대개 ‘아리셀-메이셀’로 이어지는 사실상 불법적인 인력 파견 구조와 매우 유사했다.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파견은 불법이지만, 아리셀 노동자 대부분은 스스로 ‘인력만 파견했을 뿐 노동자를 관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메이셀에 고용된 노동자였다.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소씨는 “저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여기 동포들은 (인력사무소 통해) 파견을 간다”고 말했다. 안산시 반월공단 인쇄회로기판(PCB) 공장에서 일하는 전미화(38)씨도 “인력(사무소) 통해 오는 일용직이 많다. 제조업에서도 일하고 정규직과 업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정왕동에서 인력파견업체를 10년 넘게 운영한 한용택 전국동포총연합회 부회장은 “아웃소싱(파견업체)이 사람 파견하고, 봉급 주고, 관리비까지 받는다. 아웃소싱이 차로 아침에 딱 데려다주면 그때부터 본사가 일을 지시하는 방식”이라며 “웬만한 업체들이 다 그런다. 거의 다 불법이라고 보면 된다”고 공단 지역 고용 관행을 설명했다.



한겨레

27일 오후 안산 원곡동 다문화 공원에 중국동포 단체들을 중심으로 꾸린 ‘안산지역 화성화재 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가 사망자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를 세웠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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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정왕동 근처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 공원에는 중국동포 단체들을 중심으로 꾸린 ‘안산지역 화성화재 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가 사망자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를 세웠다. 초창기 이 동네에 중국동포 사회를 만든 나이 지긋한 시민들은 사망자들의 나이를 보며 “23살도 있네.” “나 눈물이 나네.”라고 말을 주고받으며, 내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중국 동포 1세대인 손용웅 한아름경로당 회장은 “가족을 위해서 돈 벌러 나온, 우리 손자 같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지 못한 일로 생명을 잃은 상황이 너무너무 비참하고 눈물겹고 가슴 아프다”며 “명복을 빈다. 목이 메어 말을 더 못하겠다”고 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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