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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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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떨어뜨리고 금리는 올리고"... 통화정책, AI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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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AI 보고서 "불확실성 커질 것"
"비용 하락에 물가 떨어지는데
생산성 증가로 금리 높아질 것"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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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혁신이 중앙은행 통화정책 수행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AI 혁신이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반면, 금리 수준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AI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AI 기술이 발전하면 노동생산성 향상, 공급망 개선(재고 및 주문량 적정 수준으로 최적화) 등으로 생산비용이 하락해 인플레이션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의료, 소비자 서비스 등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서비스가 인플레이션 하락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AI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은 최대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 BNP파리바 분석도 소개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기준 수준(통상 2%)보다 낮으면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을 수행한다. 문제는 AI 혁신으로 중립금리 수준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론상 금리로, 중앙은행 통화 정책의 준거가 된다. 실질금리(기준금리-물가 상승률)가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긴축 상태로, 낮으면 완화 상태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AI로 인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잠재 산출량)이 늘어나면 중립금리도 자연스레 올라가고, 경제주체가 체감하는 실질금리도 더불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기술(IT) 혁신에 따른 생산성 증가가 본격화한 1990년대 후반 중립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전례도 덧붙였다.

이처럼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리를 높이는 AI의 상반된 영향이 통화정책 수행에 복잡성을 더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 요지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탈세계화1, 저탄소 경제2로의 전환 등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중립금리 하락 압력 등도 혼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AI 관련 투자가 아직 초기단계로 그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AI 구현으로 가는 과정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1 탈세계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탈세계화가 가속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탈세계화 이전에는 해외로 공장을 옮겨 생산비용을 줄이고 컨테이너와 더 큰 화물선을 이용해 운송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2 저탄소 경제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로 '그린플레이션(그린+인플레이션)'이 언급된다. 저탄소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희토류 등 원자재 가격이 뛰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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