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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5년만에 돌아온 ‘이 남자’ 격분...“유엔 안보리 이대로 둬선 안돼”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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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5년만에 유엔 연설
안보리 의장국 한국이 회의 주재
“지난해 아동인권침해 21% 증가
가자에서 아동 4000명 이상 피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모두 책임”
6·25 피란 트라우마 공개하며 호소


매일경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아동과 무력 분쟁(CAAC)’을 의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연례 공개 토의에 국제 사회의 원로 그룹 ‘디 엘더스’ 부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유엔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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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 세계의 무력 분쟁 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아동 인권 침해 문제를 국제 사회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을 계기로 불거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무용론’에도 공감을 표하며 유엔에 쓴 소리를 했다.

반 전 총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아동과 무력 분쟁(CAAC)’을 의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연례 공개 토의에서 지난해 아동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가 21% 증가하고 아동 살해는 35% 늘었다고 언급하며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의 원로 그룹 ‘디 엘더스’ 부의장 자격으로 이날 토의에서 연설한 반 전 총장은 구체적으로 “지난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 4247명과 이스라엘 어린이 113명에 대한 인권 침해 등 중대 위반 행위를 유엔에서 확인했다”며 “무력 분쟁 과정에서 어린이는 가장 무고한 희생자”라고 말했다.

한국 전쟁을 겪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공개하며 국제 사회에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호소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 전쟁 당시 소년이었던 나는 죽음과 파괴 속에서 피난하며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며 “부모님과 함께 불타는 마을을 떠나면서 목격한 인간적인 고통은 지금까지도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고한 어린이들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에서 계속해서 끔찍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오늘날의 상황은 지난 30여년 동안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참담한 결과”라고 말했다.

아동 인권 침해에는 진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아동과 무력 분쟁(CAAC)’ 사무총장 연례 보고서에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명단에 포함한 일은 책임자 확인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단계”라며 “전 세계 어디에서든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에 대한 면책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능 못하는 안보리, 낡고 비효율적”
전임 사무총장으로서 최근 안보리의 행보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반 전 총장은 “평화와 안전 수호라는 측면에서 안보리를 중심으로 두는 시스템은 낡고 비효율적이어서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상임이사국이 1945년 부여된 거부권을 남용하면서 안보리는 분쟁 앞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15개국으로 구성되는 유엔 안보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상임이사국으로 두고 있다. 안보리의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이들 5개국 가운데 한 군데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은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진영에 손해가 되는 안을 거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안보리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더 나은 안전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2019년 6월 이후 5년 만에 유엔본부 안보리 회의장에 직접 참석해 연설했다. 이날 안보리 공개 토의는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유엔 사무국의 요청을 받아 주재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회의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지정학적 이해 관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가 아동 보호에 관해서 만큼은 단합해 아동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주체들을 규탄하고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아동 권리 규약 당사자이기도 한 북한의 경우, 이번 연례 보고서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북한 내 아동들은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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