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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학생이 대든다? 교권 무너뜨린 주범 '학생인권조례', 맞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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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2년 만에 결국 폐지됐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7개 지자체 가운데 충청남도는 이미 폐지됐다가 대법원이 잠시 기사회생시켰고, 경기도‧광주도 위태롭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지됐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충남과 같이 대법원으로부터 폐지안의 법령 위반성에 대해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10여 년 동안 학생인권조례는 '교권'을 무너뜨려 온 주범으로 낙인 찍혀왔다. 지난해 발생한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은 이같은 낙인에 쐐기를 박았다.

과거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앞장섰던 '공현'과 '난다'는 일찍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운명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서이초 사건에 앞서 지난 몇 년 사이 능력주의 사회 풍토가 교육 현장에서 스며드는 것을 보며 갈등할 필요가 없는 교사와 학생이 대치하는 상황을 이들은 우려해왔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설령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청소년 인권 운동의 실패로 귀결된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로 청소년‧학생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청소년 인권 운동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준비에 마음이 분주해 보였다.

지금은 청소년 인권 '운동가'이지만, 이들도 한때는 청소년이었다. 이들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겪었던 부조리들은 15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버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교복을 벗고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이들이 청소년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이유, 그리고 온갖 비판에도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청소년이 살기 좋은 사회가 모든 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 아닐까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눈앞에 둔 지난 20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인 공현과 난다를 만나 학생인권조례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의 상관관계, 청소년 인권 운동의 과거와 미래를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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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공현, 난다.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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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에 보인 담임 선생님의 반응 "배추 장사나 한다", "시집 못 간다"

프레시안 : 청소년 인권 운동가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청소년기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여러분의 학창 시절을 소개해달라.

난다 :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면서 학교 생활에 일찍이 답답함을 느꼈다. 시험을 보다가도 창밖의 화창한 날씨와 예쁘게 핀 꽃을 보면서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집안 형편상 학원을 다닐 수 없었는데, 수학 시간에는 이미 선행학습이 돼 있는 걸 전제로 진도가 나갔다. 그리고 시험을 보면 떨어진 점수만큼 매를 맞는데 나는 당연히 성적이 좋지 않았으니 많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학교는 쉬는 시간에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수업 마치는 종은 울렸지만 수업이 다 끝나지는 않은 상태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이따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받자마자 껐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휴대전화기를 압수하셨다. 나는 종이 쳤으니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선생님이 '규칙은 지켜야지'라고 하셨다. 내가 계속 항의하니 "구제불능"라면서 졸업할 때까지 휴대전화기를 안 돌려준다고 했다. 그래서 홧김에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 이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를 모셔 오라고 해서 어머니와 함께 상담을 받았는데, 저한테는 '아무것도 모르고 깜깜한 터널 속을 걷고 있다', '이러고 나가면 배추 장사나 한다'고 했다. 어머니한테는 '따님 이러면 나중에 시집 못 간다'고도 했다. 어머니가 상담이 끝나고 '너희 담임 선생님 이상하다'고 하셨다. 그길로 학교를 나왔다.

프레시안 : 어떻게 '청소년 인권 운동'의 길에 접어들게 됐나.

난다 : 마침 자퇴 직후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가 열려서 집회에 열심히 참가했다. 그 이후 알게 된 인권·시민단체분들의 권유를 받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원지부를 만들었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측 요청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공약과 관련해 자문을 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당시에 이미 학내 체벌이랑 집회 권리를 두고 논란이 뜨거워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패널 구성을 일단 교사와 학부모, 학생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각각 찬·반을 나눴다. 다른 분들은 괜찮은데 학생 측 반대 논리가 치명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자 주장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차례로 학생 측 반대 토론 순서가 됐는데 그 학생이 '나는 사실 선생님이 그냥 나와보라고 해서 왔고 막연히 학생인권조례가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찬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찬성 입장이 됐다' 이렇게 소신 발언을 한 것이었다.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됐다. 그래서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열심히 활동하게 된 것 같다.

프레시안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국내 최초의 학생인권조례인데, 이에 큰 역할을 했으니 뿌듯했을 것 같다.

난다 : 그때 조례안 통과될 때 도의회 본회의 방청을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금방 통과돼서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당연히 기뻤다. 가장 논란이 됐던 두발 자유화와 체벌 금지를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통과된 조례안은 사실은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운 'B'안이었다. 집회의 자유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아쉬웠지만 모든 것을 얻을 순 없었으니 통과됐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프레시안 : 공현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현 : 전북 전주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에 다녔는데, 그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가위 들고 다니며 두발 단속을 하고 야자도 강제로 시켰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제 옛날 블로그를 보니 뒤져보니 2004년에 이미 학생 인권에 대한 생각을 써놨더라. 그땐 딱히 운동이라는 인식은 없고 그냥 학교와 선생님들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생각들이었다. '유엔이 청소년한테 이러이러한 권리가 있다고 하는데 학교는 왜 안 지키나' 류의 글들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에 내신등급제 반대 촛불집회, 두발 자유화 집회가 있다는 걸 언론 보도로 접하고 그 단체 이름들을 찾아서 광주까지 갔다. 학교 안에서도 뜻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아서 비공식으로 '전북청소년인권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프레시안 : 대학 시절 자퇴 사실이 크게 보도됐다. 자퇴는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 (☞관련기사 : "학벌 기득권 정점, 서울대를 떠납니다")

공현 : 고등학교 때도 자퇴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때만 해도 '자퇴는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대학을 가긴 했지만, 흔쾌히 간 것은 아니었다. 입학해서도 별로 내가 그 학교 학생이라는 인식, 소속감 같은 것을 별로 못 느끼고 지냈다. 그나마 서울로 대학을 오니 인권 단체들도 많고, 2005년 두발자유 집회를 하면서 만났던 아수나로 분들이 있어 좋다는 정도였다. 대학 밖에서는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고, 대학 안에서는 평화운동 동아리에 가입해서 병역 거부도 고민하고 그러다 결국 대학 생활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자퇴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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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의회 앞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규탄 기자회견.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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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화 교육 반대하던 교사들, 지금은 길이 갈렸다"

프레시안 : 여러분이 하고 있는 청소년 인권 운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난다 : 청소년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받는 여러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사회구조‧문화 등 다방면으로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조례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난다 : 대다수가 학교 생활을 하는데, 그 생활 공간이 비민주적이고, 입시 경쟁을 이유로 여러 자유가 억눌린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약간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사실 학생인권조례든 법이든 그런 제도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법‧제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이 있다고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현 : 지금도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생이 무슨 인권이냐'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에게는 머리카락을 자르든. 매질을 하든 200번을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일이 허용되고 그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통의 인간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에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데 학생인권조례 역할이 있다고 본다.

법‧제도를 극복해야 한다는 난다의 말에 공감한다.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인데, 학생인권조례나 법 자체가 목표의 전부가 아니다. 법‧제도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다만 문화라는 것도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그간 정부가 노력을 안 했기 때문에 조례에나마 명시를 해야 했던 것이다.

프레시안 : 첫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4년 만에 학생인권조례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놓였다. 어쩌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폐지 바람이 불게 됐을까. 그간 위기의 조짐이 있었나.

공현 : 사실 학생인권조례는 단 한 번도 순탄했던 적이 없다. 처음 제정됐을 때부터 교육부가 소송 걸고 시행령 제정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 위반이라 무효라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들이 있었고 그런 시도들은 계속돼 왔다. 그런 와중에 2022년 지방선거 이후로 서울시의회 같은 경우 국민의힘이 다수가 되면서 폐지안이 통과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언제 통과될까 싶었는데,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급속도로 힘을 받게 됐다.

난다 : 꽤 오래전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 감수성이 쇠퇴하는 느낌을 받아왔다. 5년 전쯤 능력주의 바람이 불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서로 우열을 비교하고 능력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건 차별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고, 교사들 집단에도 침투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안에서도 기간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 '파이 깎아 먹는 것'이라는 내부 반발이 나왔다고 본다.

사실 전교조는 과거에 저희와 연대도 많이 했던 단체다. 전교조가 해직 교사들 복직 농성할 때 저희도 같이 농성 참여하고 일제고사 반대를 함께 외쳤다. 그때 우리의 요구는 분명했다. 경쟁 시스템 속에서는 모두 행복하지 않다, 서열화 교육에 반대한다는 것을 공유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길이 갈린 느낌이다. 전교조 내부에서 학생 인권 운동가들과 연대 활동하는 데 대해 '전교조가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나도 충격을 좀 받고 다른 활동가들도 울고 그랬다. 어떻게 전교조가 이럴 수 있냐면서. '학생 인권에 대한 지지가 이제 안 모이는구나'를 느꼈다. 능력주의 사회 분위기로 인해 지금 많은 교사들이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것을 마치 과중한 업무인 것처럼, 희생을 요구하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학생 인권의 보장은 교사의 직업상 의무다. 대등한 경우는 아니겠지만 개 훈련사를 예로 들어보자. 개 훈련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개에 대해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이 동물이 도시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이런 태도를 가르칠 때의 훈련 방식이 예전과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때리거나 전기충격을 가하는 극단적인 훈련 방식도 통용되었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경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훈련 방식이 진화했다. 인간 교육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이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긍정적 돌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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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24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 재의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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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아니라 '교사의 노동권'이어야 한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은 마치 '교권'의 대립항으로 여겨진다. 이런 인식을 공고화한 계기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인 것 같다. 교권은 어떻게 보장받아야 할까.

공현 : 우선, 교권이란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오남용된다는 생각이 있다. 우리는 교권이란 말 대신 '교사의 노동권' 등으로 풀어쓰는 게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난다가 말했듯 학생인권의 보장은 교사의 직업상 의무다. 교사가 그 의무에 대해 '우리에게 부여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만 교사에게 '독박 교실' 책임을 지우게 하지 말고 인력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정부가 지원금을 줄이면서 생긴 문제다. 정부 지원이 멈춘 상태에서 단순히 '아이들 때리지 말라'고 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어쩌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난다 : 서이초 이후에 학대 관련 기본법이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잘못된 해결 방향이다. 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교사 집단 내부에서 논의를 너무 안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쟁 시스템, 독박 돌봄 부담 등 전반적인 교육제도 등 문제는 두고 아동 학대의 정당성만 찾으려는 것인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프레시안 : 최근 초등학생이 교감의 뺨을 때렸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알려질 때마다 더욱 학생인권조례를 탓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난다 : 그런 사례를 접할 때 '학생 인권 침해 사례가 더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세대 이상에게 학교 체벌은 사실상 국민 중에 안 겪어본 사람이 없는 집단 트라우마 아닌가. 아동‧청소년이 가지는 사회적 지위와 어른의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극명한데 이거를 쉽게 까먹는 것 같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현실 인식이 왜곡돼있다는 느낌이다.

공현 : 누군가 모욕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너무 보장돼서 악용한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에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이를 두고 '악용된다. 그래서 학생이 대든다'고 하는 게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싶다.

프레시안 : 학생 인권과 교권이 배치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왜 일반 시민들에게는 설득이 되지 않는 걸까.

공현 : 교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서이기도 하고, 과연 교육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교육을 '학생을 통제하는 것'. 또는 '벌을 주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벌을 안 주니 이렇게 대들고 무질서한 것'이라고 보는 게 아닌가 싶다. 학생은 잠자코 배워야 한다는 그 생각을 깨뜨리는 게 중요하다.

난다 : 서열화된 교육 탓이라고 본다. 교육을 잘할 자신이 있고 좋아해서 교사가 된 이들보다, 단순히 공부를 비교적 잘해서, 시험 성적이 돼서 교사가 된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런 대우를 받아야지' 하는 풍토는 오래 전부터 퍼져있었다. 모든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풍토에서 자라나서 교사가 된 이들은 물질적인 보상에 비해 아이들을 돌보는 게 힘드니 '내가 생각한 게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서 '교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현 : 민원인과 사회복지사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홈리스들이 생계비 수급 신청을 하다 보면 생기는 갈등이 있는데, 종종 홈리스가 갑질을 한 것처럼 둔갑되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사회복지사들이 욕받이가 되어선 안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인데, 이것은 국가가 시스템 안에서 보호해 줘야 할 문제다. 단순히 민원인만 악마화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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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학교 학생들이 14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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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더라도 대법원 판단은 남는다. 만일 최종적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사라진다면 학교 현장은 어떻게 변할까.

공현 : 우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갑자기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학교에서는 양말‧속옷 등 복장 규제가 이어져 왔다. 심지어 마스크 색깔도 규제하는 곳도 있었다. 이런 시도들이 호시탐탐 있었기 때문에 방어막이었던 조례마저 없어지면 1~2년이 지나면서 복장 규제 등을 도입하는 학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조례로 지자체마다 달리할 것이 아니라 아예 국회에서 학생인권법을 만들어 통과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법 제정에 의지가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나.

공현 : 교사단체는 조례안은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안 된다면서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조례는 법적 구속력이 약한데, 만약 학생인권법이 만들어지면 신고당해서 형사처벌 당할 것처럼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 중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극소수 몇몇에 불과해 갈길이 멀다.

프레시안 : 만일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그 후 청소년 인권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난다 : 지금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침체기라 할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엔 지금이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 2008 촛불 시기에 단체 회원 수가 제일 많았다. 요즈음에도 청소년들의 관심이 느껴진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다시 운동이 살아날 수도 있다고 본다. 절망하지 않는다. 나는 청소년의 살기 좋은 사회가 모든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청소년이 아닌 내가 계속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는 이유다. 지치지 않고 계속 운동을 이어갈 것이다.(끝)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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