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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쿠팡 알고리즘 조작, 네이버처럼 ‘부당 유인’ 판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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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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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의 필요가 아니라 스마트스토어 입점상품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네이버쇼핑 검색결과 노출 순위를 조정한 것은 위계(기만)에 해당한다.”



지난 2022년 12월 서울고등법원 행정6-1부(재판장 최봉희)가 작성한 판결문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네이버가 11번가 등 쇼핑 플랫폼 입점상품과 비교해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입점상품을 비교 검색 서비스에서 우대한 행위를 ‘위계에 의한 행위’로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 10월 네이버에 26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반발해 네이버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공정위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 등 자기 상품의 판매를 밀어주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 조작 등 혐의를 받아 14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쿠팡 역시 공정위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닮은 꼴’ 사건인 네이버 사건 판결문을 통해 향후 법정에서 벌어질 공정위와 쿠팡의 2라운드를 가늠해볼 수 있다.



공정위가 쿠팡 검색 알고리즘 조작 행위에 적용한 법 조항은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부당 유인)이다. 공정위는 ‘네이버 사건’에서는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와 ‘부당 유인’을 모두 적용했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검색 순위 조정 행위를 ‘명백한 부당 유인 행위’로 판단했다. 네이버는 “소비자들이 검색 순위만으로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이버의 주장은 쿠팡의 논리와 같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네이버가 자사 스마트스토어를 지원할 목적으로 비교 검색 서비스 순위에서 상단에 노출했다고 봤다. 가중치를 부여하고 상위 노출 비율까지 정해 자사 오픈마켓 상품을 다른 오픈마켓 상품보다 상위에 노출했다는 것이다. 쿠팡도 자기상품에 가점을 부여하고 임직원 후기를 동원해 순위를 높였다는 게 공정위 조사 결과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쿠팡 사건에서도 위계에 의한 부당 유인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관련매출액’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관련매출액은 위법 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으로,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관련매출액에 부과율을 곱해 최종 과징금액이 산정된다. 앞서 쿠팡은 알고리즘 조작 등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된다 해도, 쿠팡 판매 상품의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판결문을 보면, 네이버도 쿠팡과 같은 논리로 과징금 감액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위반 행위의 관련상품은 검색 알고리즘 조정행위로 검색 순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상품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오픈마켓에 등록된 모든 상품이 검색 대상이기 때문에, 전체 상품 매출액을 과징금 산정 기준인 관련매출액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얘기다.



다만, 과징금 부과액과 관련해 최근 서울고법의 판단 기준은 쿠팡 쪽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공정위는 쿠팡이 온라인 유통 플랫폼 가운데 1위 업체라는 점을 근거로 ‘위법 행위의 중대성’을 높게 판단했는데, 최근 관련 판례의 흐름은 온·오프라인 유통업의 경계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법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여러 유통업체 가운데 하나로 판단될 경우 과징금 액수가 크게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신영호 중앙대 경제학 교수(전 공정위 상임위원)는 “공정위가 밝혀낸 쿠팡의 행위는 증거가 명백해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 유인이라는 법원 판단을 비켜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최근 법원이 온·오프라인 시장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과징금 산정에 대해서는 쿠팡 쪽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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