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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38분당 1명꼴로 삶 포기하는 한국…고위험군 1020 예방할 병원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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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3월 자살자 27% 재시도
20대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아

의료기관 참여율 절반도 안돼
상담사 평균 재직기간 2년 남짓


매일경제

26일 자살하려고 왔다 마음을 바꾼 심경이 적혀 있는 낙서가 마교대교 난간에 적혀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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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씨(24·가명)는 지난해 10월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고층빌딩 옥상을 향했다. 다행히 서성이던 박씨를 눈여겨 본 시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참극을 막았다. 다니던 직장에서 계약 연장에 실패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온 그는 번번이 좌절되는 취업에 부모와의 갈등이 겹치면서 자살을 생각했다고 했다.

박씨는 “중학교때부터 가족과의 갈등이 심했고 작년에 감정이 더 격화되면서 자살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상담센터를 찾아도 상투적인 위로와 가족과 잘 지내라는 말뿐이라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면 문득문득 ‘그때 뛰어내렸으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고 했다. 박씨는 전형적인 자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자살은 한번 앓고 지나가는 홍역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인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언제건 다시 유혹을 느낀다는 점에서 ‘마약’에 더 가깝다. 자살시도 경험 자체가 자살 가능성을 점치는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자살예방 정책을 이들에게 집중해 ‘막을 수 있는 자살’부터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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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살 시도를 하다 응급실로 실려온 이들은 지난해 3만665명에 달했다. 올해 1~3월 자살시도자중 재시도 비중은 27%나 됐다. 10대와 청년층의 자살 시도율은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특히 높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해 시도율은 전 연령층 평균이 84.4명인데 10대는 160.5명, 20대 190.8명이다.

자살을 시도한 후 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에 마련된 것이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이다. 2013년부터 도입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매년 늘어나는 자살 재시도 증가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사후관리 사업자로 등록된 병원에서는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의사들과 함께 응급실로 실려온 자살 시도자들에 대한 협력 치료를 하고 상담 등 사후관리를 한다. 퇴원한 이후에도 전화 및 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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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체 응급의료기관(센터급 이상) 180곳 가운데 자살 시도자를 관리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응급의료기관은 85개소(약 47%)에 머물고 있다. 2017년(1만2267명) 대비 2.5배가 늘어난 자살시도자 숫자를 따라가기 버거운 수준이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살예방센터에 투입되는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 환경을 형성한 데는 사회의 책임이 있는 만큼 자살예방센터에 인력이나 예산 등을 보강하는 등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32.7명으로 국내 광역 지자체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울산시의 경우 지정병원이 단 한곳에 불과하다. 경남의 경우 10만명당 자살자 숫자가 28.3명으로 서울(23.1명) 보다 많지만 지정 병원은 3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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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한국자살예방시민연대 회장은 “자살시도자의 가족이 일반 기족에 비해 자살률이 높다는 것도 문제”라며 “자살시도자의 자살률 관리뿐 아니라 가족들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 재시도자들이 지속적인 상담을 받는 것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들에 대한 최초 심리 상담을 담당하는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226명인데 이 가운데 181명(80.1%)이 비정규직 신분이다. 평균 재직기간은 27.7개월에 그쳤다.

임명호 안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이들은 숙련된 상담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자살상담 분야에서는 연속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자살 시도자들과의 유대관계, 위험 징후 등을 파악하는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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