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세계 수도와 어깨 나란히'... 반환점 돈 최민호 “가지 않은 길 가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양복 벗고 강연마이크...'5대 비전' 제시
"좋은 게 좋은 거 아냐"...강공신호 해석
축하영상 외국인 일색...'해외 협력 강화'
세종, 수도 모임 국제기구 '메트로' 합류
한국일보

26일 세종 조치원1972아트센터에서 열린 세종시정 2주년 행사에서 최민호 세종시장이 전반기 성과와 후반기 계획에 대해 발표 하고 있다. 정민승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취임 2주년 성과ㆍ비전을 공유하는 자리서 나온 발언으로, 세종시정 4기(민선 8기) 후반부에서는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손쉬운 방법 대신, 새로운 정책과 수단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여소야대의 시의회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과 저항을 어떻게 흡수해 내느냐가 향후 시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시장은 27일 세종 조치원1927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정 2주년 기념행사에서 “다른 도시는 시도할 수 없는 것, 세종시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며 “세종시가 지금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중이고, 그 길을 끝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복 상의를 벗고 강연 마이크를 찬 채 단상에 오른 최 시장은 25쪽 분량의 PPT를 직접 넘기며 발표에 나섰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 하나하나를 넘긴 그는 세종시가 추진해야 할 과업과 비전으로 △행정수도와 △한글문화수도 △미래박물관도시 △정원-관광선도 도시 △최첨단 스마트도시까지 모두 5가지를 제시했다. 예정보다 긴, 35분 동안 진행된 최 시장의 발표엔 시민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식전 축하공연에서 성악가가 부른 ‘웰컴 투 한글’을 언급한 최 시장은 “한글과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 사실을 우리 한국인만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시가 한글문화수도로 자리매김해 세계 도처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세계 속의 도시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26일 세종 조치원1972아트센터에서 열린 세종시정 2주년 행사에 앞서 열린 식전 행사에서 성악가가 '웰컴 투 한글'을 부르고 있다. 정민승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발표는 앞서 공개된 내용으로, 눈에 크게 띄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 비전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철학을 강조했고, 일부 대목에서 참석 시민들의 박수가 나왔다. 그는 “새로운 길을 가다 보면 오해도 받고 비판도 많이 받는다”며 “그렇지만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이라고 믿기에 묵묵히 갈 것이고, 실패의 길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최 시장은 ‘위대해진다는 것은 오해를 받는 것(To be great is to be misunderstood)’이라는 영어 속담을 동원했다. 시정 후반기 일부 저항이 있더라도 외부 힘에 휘둘리지 않고, 굽힘 없이 계획을 추진할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시장은 이날 자신이 ‘행정가 출신의 정치인’임을 강조하며 “기존 정치인의 길을 가지 않겠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치인들은 보통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옳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도) 세종시에 옳은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느 단체장들이 재정적 부담에도 민생과 지역경제를 거론하며 각종 사업의 ‘속도전’을 강조한 것과 차별화한 발언으로 보인다.

1시간가량 진행된 시정 4기 성과 및 비전 브리핑에서 또 눈길을 끈 것은 해외에서 온 영상 메시지였다. 국내 유일의 단층제 광역시로서, 해외 도시와의 협력 강화 내지는 외연 확대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행정수도로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분석됐다. 양자 분야 석학인 매사추세츠공립대학(MIT)의 볼프강 케털리 교수, 일본 QST 방사선과학연구소 츠지이 히로히코 전 원장이 세종시 미래를 응원했고, 지난해 잼버리 대회 당시 세종시를 찾은 불가리아의 스카우트 대원 등 세종시와 인연을 맺은 해외 인사의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일보

26일 세종 조치원1972아트센터에서 열린 세종시정 2주년 행사에서 최민호 세종시장이 전반기 성과와 후반기 계획에 대해 발표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세종시는 이 행사 전 ‘세계대도시협의회'(World Association of the Major Metropolises·메트로폴리스) 이사회가 세종시의 가입을 승인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메트로폴리스는 세계 대도시들이 직면한 공통적인 경제·환경, 삶의 질 향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창설된 국제기구다. 서울시와 파리, 베를린 등 전 세계 147개 도시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 시장은 “인구가 100만 이상이거나 한 나라의 수도만 가입할 수 있는 기구이지만, 세종시가 실질적인 행정수도 역할을 수행한다는 메트로폴리스 사무국의 유권해석이 있었고, 이사회 회원도시들이 거기에 동의해 준 결과”라며 “세계 각국 수도와 협력을 통해 우수한 정책을 공유하고 시의 모범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세종시의 위상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이 외에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동북아자치단체연합(NEAR), 아시아태평양 도시정상회의(APCS) 등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사진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