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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희생자 14명 신원 확인… 분향소에 시민들 추모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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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대조 결과 11명 추가 확인

한국인 1명 등 장례 절차 본격화

조선일보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의 모습. 이날 오후까지 사망자 대부분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영정도 이름도 걸리지 않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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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도 위패도 없었다.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설치된 리튬전지 공장 화재 참사 분향소는 적막했다. 이때까지 희생자 23명 중 신원 확인이 완료된 시신이 한국인 3명뿐이어서 분향소는 현수막과 국화로만 채워져 있었다. 한 중국인 어머니는 “스물여섯 살짜리 딸을 잃었는데 시신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편을 잃은 또 다른 여성은 제단에 국화꽃을 놓다가 주저앉아 오열했다. 따라온 세 자녀도 같이 울었다.

시민 김한종(55·서울 강남구)씨는 분향소를 찾은 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외국 나가서 고생을 많이 했다. 저분들도 똑같은 마음으로 가족을 위해 일하시다 돌아가셨다”며 “남 일 같지 않아 찾아왔다”고 했다. 윤호중(68)씨는 “중동과 말레이시아 건설 현장에서 12년간 일했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 대표 박순관(64)씨도 이날 밤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압수수색 등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죄송하다”고만 했다.

비보를 들은 중국인 유족들도 속속 입국하고 있다. 어머니를 잃은 중국인 남성 한 명은 지난 25일 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시신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시료를 채취했다. 중국 국적 희생자 A씨의 어머니와 언니도 26일 밤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화성시는 항공료와 입국 편의, 차량과 인력을 제공했다.

유족 대부분은 시청 인근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신원 파악을 기다렸다. 29세 외동딸을 잃은 한 아버지는 “사고 전날까지 딸과 연락했는데, 딸아이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왔다는 박모(65)씨는 이번 사고로 “조카 둘을 한꺼번에 잃었다”며 “아직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해 괴롭다”고 했다.

서울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한국인 서모(45)씨는 전신 화상을 입어 의식 없이 위독한 상태다. 병원에서 만난 70세 노모는 “아들이 모르는 번호는 보이스피싱이니까 받지 말라고 해서 병원에서 오는 전화를 안 받았다”고 했다. 문자를 보고서야 뒤늦게 아들이 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안 어머니는 “아이고, 우리 아들 얼굴과 다리가 퉁퉁 다 부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라며 울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후 8시 56분 “사망자 11명의 신원을 DNA 대조 결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여성 1명, 중국인 남성 2명, 여성 7명, 라오스인 여성 1명 신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14명 신원이 확인됨에 따라 장례 절차 등도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일인 24일 국내 체류 중이던 희생자 가족 16명이 경찰에 신속한 DNA 감정을 요청해 결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고 했다.

일부 유족은 화성시 공무원들의 해외 연락과 신원 확인 등 상담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 A씨는 본지 기자에게 “40분을 기다려 줄을 섰는데 상담은 5분 만에 끝났다”면서 “대회의실 안에 공무원이 20명 넘게 있던데,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25일 유족들이 줄을 서서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부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 의전에 분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화성시 관계자는 “팀장급 공무원들을 유족들에게 일대일로 배치해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고 했다.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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