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ARM, AI 반도체 표준 설계 개발 속도… 韓 ‘AI 칩 대중화’ 이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ARM의 네오버스 CSS 플랫폼./ARM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확산과 대중화의 밑그림을 제공했던 ARM은 최근 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IP(설계자산) 기업 등과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며 더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는 AI 반도체 표준 디자인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ARM은 최근 국내외 다양한 반도체 기업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를 비롯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디자인하우스 중에서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에이직랜드, 세미파이브 등과 가장 높은 수준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리벨리온, 딥엑스 등 AI 반도체 기업들에도 다양한 IP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모바일 춘추전국시대 주도한 ARM

ARM은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모바일 칩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를 AI 반도체 시장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2010년대부터 ARM의 설계 자산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 설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애플,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가 모바일 AP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특히 ARM의 표준 설계 디자인은 팹리스가 아닌 IT, 가전 기업 등이 자사에 맞는 칩을 직접 설계해 생산할 수 있는 업계 트렌드 변화를 이끌었다. ARM은 통상 2가지 형태의 칩 라이선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이나 퀄컴 등 설계 경쟁력이 강한 기업들은 ARM의 명령어 세트를 차용해 직접 자체 맞춤형 코어를 바탕으로 칩을 설계할 수 있는 ‘토탈 액세스(Total Access)’를 사용한다. 직접 칩을 설계할 역량이 부족한 기업의 경우 ARM의 표준 설계를 뼈대로 일부 새로운 기능을 더하거나 수정하는 ‘플렉시블 액세스(Flexible Access)’를 사용한다.

ARM의 이 같은 IP 서비스는 모바일 칩 춘추전국시대가 개막하는 데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애플이 처음 ARM 기반 모바일 AP를 성공적으로 아이폰 시리즈에 적용한 후 퀄컴, 삼성전자 등 후발주자 등이 합류했고, 이후에는 다수의 중국 가전, IT 기업들이 ARM의 설계를 뼈대로 자체 개발 AP를 내놓기 시작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 웨어러블 등 다양한 모바일 제품군으로 확대돼 ARM의 IP는 반도체 시장에서 일종의 공공재처럼 여겨지게 됐다.

조선비즈

삼성전자 엑시노스 2200./삼성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AI 시대, ARM 확장 전략 본격화… 국내 기업도 수혜 전망

모바일 시장에서 성장성의 한계를 맞은 ARM은 2020년대 들어 AI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ARM은 네오버스(Neoverse) CSS라는 새로운 AI 반도체 설계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중이다. 기존에 ARM의 디자인이 저전력, 고성능 모바일 칩에 집중돼 있었다면 네오버스는 AI, 고성능컴퓨팅(HPC) 등에 특화한 최첨단 공정 노드를 사용한다.

ARM은 최근 고속 연결 및 컴퓨팅 실리콘 IP 기업인 알파웨이브 세미와도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으며 멀티다이 인티그레이션(MDI)의 표준 디자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DI 설계는 칩렛을 지원하는 맞춤형 반도체와 사전에 구축된 칩렛을 통합해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고대역폭메모리(HBM), DDR 등 다양한 칩을 합리적인 단가에 쉽고, 빠르게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알파웨이브 세미는 이달 AI, HPC, 데이터센터, 5G·6G 등 다양한 산업 영역을 겨냥한 칩렛 설계를 ARM의 네오버스 CSS 플랫폼를 통해 완성했다고 밝혔다. 칩렛이란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방식이다. 하나의 칩에 레고 블럭을 끼워넣듯이 필요한 타일을 다수의 파운드리 기업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선단 공정과 구공정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어 비용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ARM의 AI 칩 플랫폼 확장이 국내 반도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 2010년대 이후 삼성전자가 ARM 설계 디자인을 바탕으로 자체 모바일 AP 브랜드인 엑시노스 시리즈를 내놓았고, 이를 통해 칩 설계를 맡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연쇄적으로 수혜를 보기도 했다. 두 사업부의 성장은 결국 국내 반도체 장비, 소재, IP 생태계의 성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 창출을 모색하는 국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ARM은 국내 최대 디자인하우스인 에이디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세미파이브 등과 최대 파트너십 레벨인 ‘토탈 디자인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또 AI 반도체 신흥 주자인 딥엑스, 퓨리오사AI 등 주요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반도체 IP업계 관계자는 “IP 분야의 설계 개발은 통상 팹리스를 비롯한 반도체 시장의 개발 트렌드를 2년 정도 앞서가는 경향이 있으며 ARM은 이미 수년 전부터 AI 반도체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차근차근 생태계를 강화해왔다”며 “이는 신시장에서 삼성 파운드리와 국내 팹리스 및 디자인 하우스와 협업해 성공 사례를 만드는데 굉장히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