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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가입 협상만 19년” EU에 뿔난 튀르키예, 중·러 주도 브릭스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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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 외무장관 회담에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오른쪽 가운데)이 참석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맞은 편에 앉아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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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이 19년째 지지부진하자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가입을 타진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최근 태국·말레이시아 등 브릭스 가입 의지를 보이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24일(현지시간)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현지 방송 하베르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튀르키예가 브릭스의 일원이 될까’라는 질문에 “우리는 대체 경제 플랫폼을 면밀히 따라가는 시점에 있다”며 “브릭스 회원국들과 관계를 맺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피단 장관은 “EU가 한발 더 나아갈 의지가 있었다면, 우리의 관점은 달라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2005년 EU와 가입 협상을 개시했지만, 튀르키예 내 인권 탄압 등 ‘민주적 단점’에 대한 EU의 문제 제기로 협상이 교착 상태다.

피단 장관은 튀르키예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라는 점도 환기했다. 그는 “나토를 통한 군사동맹이 있지만, 경제 동맹은 현실화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새로운 경제 동맹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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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지난 5월 31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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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는 2009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모여 결성했고 이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여했다. 지난해엔 이란·아랍에미리트(UAE)·에티오피아·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가 가세하면서 10개국으로 늘었다.

피단 장관은 브릭스 회원국들이 달러가 아닌 현지 통화로 무역을 진행하며 대출 체계를 개발 중이라고 지적하면서 튀르키예도 이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EU와 비교할 때 브릭스의 다른 점이자 아름다운 점은 모든 문명과 인종을 포함한다는 것”이라며 “조금 더 제도화된다면 만만찮은 이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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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크로아티아, EU 가입에 8년…몬테네그로, 13년째 협상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25일 “점점 양극화하는 세계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튀르키예가 대화 속도를 높이도록 EU를 재촉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U는 최근 회원국 신규 가입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3년에 가입한 크로아티아는 가입 신청 후 승인까지 8년 넘게 걸렸다. 몬테네그로의 경우 경제 분야에서 EU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2012년부터 13년째 협상 중이다. EU는 25일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EU 가입에 대한 공식 협상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다음 달 3∼4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토의 대항마로 거론돼온 중국·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 경제안보협력기구인 SCO 가입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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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이 지난 1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진행된 인공지능(AI), 에너지, 아프리카-지중해에 관한 워킹 세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옆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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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국 가입하겠다는 브릭스…“신규 가입 잠정 중단”



한편 타스 통신에 따르면 2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브릭스 가입을 신청한 벨라루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브릭스 10개 국이 신규 회원국 가입을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배로 늘어난 신규 회원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본격적인 멤버십에 앞서 단계적으로 파트너 국가 카테고리를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벨라루스 친구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혀 추후 신규 회원 가입이 재개될 것을 시사했다.

앞서 이달 들어서만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경제·다극화 등을 이유로 브릭스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타스 통신은 “30개 이상 국가가 브릭스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국가는 ‘중·러 세 불리기’에 예민한 미국 눈치를 보느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브릭스의 1년 임기 의장국을 맡았다. 10월 카잔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여러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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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벨라루스 민스크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헌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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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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