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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오염된 현장에 KF94 마스크만 쓰고 들어가라"…화성 화재 현장 출동한 경찰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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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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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소재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이 열악했던 당시 상황과 지휘부의 보여주기식 지시를 비판했다.

지난 2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경찰기동대 소속 경찰관이라고 밝힌 A씨가 "화성 화재 현장에 나갔던 경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갑작스러운 대규모 화재로 출동하면서 경황 없이 근무를 서다 아침이 되어서야 퇴근했다. 이미 여러 번 겪었지만 또 한 번 이 조직과 지휘부 수준에 실망스럽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경찰기동대 직원들에게 화재 연기, 유해 물질로 오염된 현장에 효과도 없는 KF94 마스크 쓰고 들어가라며 사지로 내몰고 아프면 개인적으로 병원 가서 진료받아 보라는 무책임한 조직 지휘부들은 그저 고위직들이 현장 방문하는 거에만 급급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방독, 방화 장비도 없이 저 상태로 밥 먹는 시간 빼곤 근무를 세우더니 고위직 인사들이 방문할 땐 전부 나와서 의미 없이 길거리에 세워두고 그분들 가고 나면 다시 교대로 돌려 근무 세우는 게 의미 있는 거냐. 그저 보여주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 부서도 아닌 저희가 왜 주무 부서인 소방보다도 화재 현장에서 호들갑 난리를 그렇게 떨어대는지, 시킬 거면 최소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하고 시키든가. 맨몸으로 투입해 저희가 다른 민간인들과 다를 거 없는 상태로 연기로 인한 독성물질 마시게 하며 사지로 내모는 건 생각들이 있는 거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지구대 근무 중 화재 사건 터지면 안 그래도 정신없는 와중에 상황실에선 인명피해, 피해 추산액, 소방차 몇 대 왔는지, 심지어 내부에 들어가 사진 찍어 보내라는 둥 그저 청장에게 보고만을 위해 직원들 현장으로 내모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경찰청 소속으로 인증한 다른 직원은 댓글을 통해 "몇 년 전 평택 물류창고 화재 때도 화재 현장 지키라고 기동대 경력 근무 세워놓고 마스크는커녕 아무것도 보급 안 해줬다. 방독면 쓴 소방관이 '안전 장비 없이 근무해도 괜찮냐'고 먼저 물어보셨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10년 전 경찰 기동대였던 제 친구가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왜 폐암에 걸려 떠났는지 항상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 후 해당 기동대에 방독면을 지참해 현장에 가도록 지시했으나, 화재 공장에서 근무지가 150m가량 떨어져 있는 등 현장 상황상 방독면을 착용하고 근무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때문에 KF94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한 직원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오후 6시 30분부터는 방진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철야 근무는 해당 기동대의 동의를 받은 뒤 하도록 조치했다"며 "이들은 26일 오후 3시까지 휴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기준) 현장은 유해물질 농도가 기준치 이하이며, 교대한 기동대는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께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 3동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현재까지 전체 사망자 중 3명의 신원만 확인됐다.
아주경제=정세희 기자 ssss30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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