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현지시각) 예루살렘에서 초정통파 유대교인 '하레디' 청년들이 거리를 막은 채 징집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하마스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병역 면제를 받는 '하레디'에 대한 징집 불평등이 이스라엘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들에 대한 징집 면제 조항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강력한 지지 기반인 보수정당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개정을 미루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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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초정통파인 하레디 예시바(종교학교) 학생들에게 군 복무를 면제해온 76년 간의 관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군대가 이들을 징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스라엘군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특권층이 군 징집 면제와 국가보조금 등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민심이 작용한 결과다.
이스라엘타임즈와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초정통파 학생들에게 군 복무를 전면 면제해주던 수십 년간의 관행을 지속할 법적 틀이 더이상 없다며 군이 이들을 징집하고 군복무를 하지 않는 한 국가보조금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하레디 예시바 학생들의 징집을 연기한 2023년 6월 결의안은 정부 권한을 초과한 만큼 불법이라는 것.
재판부는 현재까지 병역 면제를 받은 하레디(초정통파 유대인 남성) 청년이 6만3000여명에 달해 엄청난 인원임을 지적하며 "보안법 조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복무 의무자와 면제자 사이에 심각한 차별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이 한창인 지금 불평등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 이 문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징병소 앞에서 이스라엘 경찰관들이 군 징집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초정통파 유대교도 남성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인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없애고 이들에 대한 징집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하레디'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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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레디에 대한 군 면제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온 엘리아드 슈라가는 이번 판결이 "76년간의 불법적인 불평등과 차별"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이것은 매우 중요한 판결이다. 네타냐후의 극우 연합에 분열을 일으킬 불안정한 요소"라고 말했다.
초정통파 지도자들은 분노로 반응했다. 네타냐후 연합의 두 하레디 정당 중 하나인 토라 유대교 연합당의 이츠하크 골드노프 대표는 이번 판결이 "매우 불행하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연합의 또다른 하레디 정당인 샤스의 지도자 아리예 데리는 토라(유대교 경전)를 공부하는게 "창조자가 약속한 대로 모든 적에 맞서는 우리의 비밀무기"라며 "이스라엘 백성이 토라를 공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레디 학생에 대한 군 면제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자인 다비드 벤 구리온과 초정통 공동체 사이의 타협에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400명의 젊은 하레디 남성이 예시바 또는 종교 학교에 등록하면 군 복무가 면제됐다. 그러나 하마스와의 최근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군에서 면제된 초정통파의 수가 6만명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 건국 당시 400여명에 불과했던 하레디 인구는 2022년말 기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3.5%(128만명)로 늘었다.
이론적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하레디에 대한 포괄적 군 면제를 재입법화할 수 있으나, 이스라엘 다수 여론과 전장 상황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낮다. 이번 판결은 강경보수파인 노암 솔버그와 데이비드 민츠, 그리고 중도보수 성향의 야엘 윌너 등 9명의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내린 판결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법원 절차의 틀에서 2024년 입대 연도에 하레디 예시바 학생 3000명을 징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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