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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업 지배구조 일반주주 중심으로… “집중투표제 강화를”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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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권리 확대 목소리

‘1조 상장사’ 3.5%만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도 19%뿐

“개인주주 의결권 보장 제도 개선 필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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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둘러싼 또다른 쟁점으로는 집중투표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등이 꼽힌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이를 통해 소액주주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의 요인 중 하나인 대주주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소액주주 참여 공간을 넓히자는 게 이 같은 목소리의 골자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총액 1조원 이상 상장사 366곳의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 3.5%만이 채택하고 있었다. 전년에는 3.7%가 도입했는데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이사(경영진)를 선임할 때 주주의 의결권을 이사 수와 동일하게 배정해 소수 후보자에 집중 투표할 수 있다. 1주당 의결권 1개를 행사하면 대주주가 원하는 이사가 선임될 확률이 높은 만큼 소액주주의 권한 행사에 유리한 제도다.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은 포스코홀딩스와 KT&G, KT, 한국가스공사, SK텔레콤, 한국전력공사, SK스퀘어, 강원랜드, 한화오션, 지역난방공사, SBS, JB금융지주 등에 그쳤다. 실제로 지난 3월 열린 JB금융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인 2대 주주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후보 2명이 득표수 1·2위로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바 있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역시 KT&G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지지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기업도 19.5%에 그쳐 전년(22.1%)보다 하락했다.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겸하는 기업이 적잖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의장부터 분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들끓는다.

독립적인 내부 감사부서를 설치한 기업도 47.5%에 불과해 전년(52.2%)에 못 미쳤다.

세계일보

나현승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지난 12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세미나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임원 보수의 정보공개, 주주통제 강화가 중요하다”며 “감사위원 전원의 분리선임,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확대를 통한 이사회 독립성과 주주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나아가 주주의 주총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도 3월 말(20~29일)에 정기 주총을 개최한 12월 결산 상장사는 전체의 97.2%에 달했다. 이런 일정 탓에 당장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한 모든 기업의 주총에 앞서 안건을 신중히 검토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주주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을 위해 주총 4주 전 소집을 공고한 기업은 지난해 32.7%에 그쳤다. 중장기 배당정책을 주주에게 연 1회 이상 공지한 기업도 지난해 기준 46.5%에 불과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개인주주의 주총 참석률 제고와 기관투자자들의 충실한 의결권 행사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전자문서, 증권사 애플리케이션 등으로도 주총 알림이 가능하도록 하고. 전자투표나 전자주총 참여 링크가 포함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는 “상임 대리인 제도를 개선하고 주총 소집 통지 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가 제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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