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일 서울시내 주차장 내 전기차충전소에서 전기차량이 충전되고 있다. 2024.0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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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를 보고 주변의 전기차들도 다시 보게 됐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정모씨(39)는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사고를 보고 아파트 단지 지하 2층 한 켠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소가 눈에 걸리기 시작했다. 정씨는 "전기차 충전 전용공간에 늘 차가 있는데 터지면 어쩌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화학공장 화재로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화재로 일상 속 흔히 쓰이는 리튬전지에 대해 시민들이 공포를 갖기 시작했다.
25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전날 오전 10시31분 발생한 불은 22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48분 완진됐다. 진화가 어려운 리튬전지 화재 특성 탓에 불길을 잡는 데 장시간이 소요됐다. 불이 난 공장 3동에는 리튬전지 완제품 3만5000여개가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리튬전지 화재는 소방수를 분사하는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는 불길을 잡기 어렵다.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내부에서 수백도에 달하는 열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재점화 가능성이 높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배터리는 열 폭주 현상으로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특징이 있어 물로 끄기 어렵다"며 "초진했더라도 내부에서 연속적으로 화학 반응이 일어나 재발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이온 방식의 배터리는 최신 전자기기와 설비 등에 널리 사용된다. 전기차를 비롯해 휴대전화, 노트북, 보조배터리, 휴대용 선풍기 등에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직장인 하모씨(29)는 "날이 너무 더워져서 사무실에 무선 선풍기를 줄곧 틀어놨는데 전날 화재 기사를 보고 무서워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화장실 갈 때도 켜놓을 때가 있는데 그때 화재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찔하다"고 말했다.
(화성=뉴스1) 김영운 기자 =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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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32)도 "생필품으로 가지고 다니는 보조배터리에도 리튬이 쓰인다고 한다"며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열을 많이 받거나 충격을 받아 잘못되면 위험해질 수 있어 차라리 충전기를 들고 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전기차의 경우 화재가 발생할 경우 특히 심각하다. 전기차 화재는 2017년 1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 72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여러 배터리간 열이 전달되며 연쇄 폭발로 이어진다"며 "이 과정에서 벤젠, 불산 등 유독가스가 발생하는데 아파트 지하주차장처럼 밀폐된 장소에서는 배출이 안 되니 호흡 곤란, 경직, 심장마비 등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에 충전시설을 두고 아파트 입주민들이 갈등을 겪는 일은 이미 다반사다. 올해 초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는 아파트 입주민 투표를 통해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해 전기차 소유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정기적인 안전 점검이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전지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관련 매뉴얼을 보강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배터리 공장의 경우 많은 양의 배터리를 한곳에 두는 게 불안할 수 있으니 나눠 저장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배터리 포비아'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면서 안정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는 에너지를 비워놓은 상태로 출고돼 운송 중 화재 위험이 적은 데다가 차량 자체적으로도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들이 여러 단계로 돼 있어 안전성이 높다"며 "다만 완성차 업계 역시 이번 사태를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성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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