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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시끌벅적 ‘한은寺’… 최저임금 등 민감한 이슈에 목소리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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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수시로 문제적 보고서 내라”… 다양한 문제에 ‘싱크탱크’ 역할 자처

다른 부처-기관과 의견 충돌 갈등도

“기업에도 도움 되는 분석” 호응과… “사회갈등 고려 안해” 지적 엇갈려

동아일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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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최근 민감한 사회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는 보고서를 계속 쏟아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은은 평소 조용하고 엄숙한 조직 이미지가 강해 ‘한은사(寺)’라는 별명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저임금과 물가, 지역 개발 등 국가 경제의 다양한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싱크탱크’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른 정부 부처 및 기관과 의견 충돌을 빚는 등 갈등을 확산시키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한은의 변화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 이후 주기적으로 ‘문제적 보고서’를 내줄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교육 문제를 비롯해 한국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보고서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발간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시로 문제적 보고서 발간해 달라”

25일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재는 취임 이후 한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낼 수 있는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발간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는 임기 초부터 사회와 언론에 화두를 던질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보고서를 수시로 작성할 것을 독려했다”며 “최근에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더 시끄러운 한은을 만들어 줄 것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총재 부임 이후 한국은행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18일 발표한 ‘국내 물가 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국내 농축산물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면서 가격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과 등 수입 금지 품목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들어 한국 물가는 OECD 중간 수준이라고 반박하자, 한은은 이례적으로 추가 보고서를 내면서 “한은의 기준과 다른 내용”이라며 공방을 펼쳤다.

올 3월에는 돌봄 서비스에 한정해 차등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다. 보고서 발표 이후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은 건물 앞에서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보고서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꼬집는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지역 경제’ 보고서가 화제가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자는 ‘메가시티 서울’ 공약을 내놓은 뒤에 “지역 거점 도시를 육성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편 것이다.

● “한은의 새로운 역할” vs “과도한 갈등 유발은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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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안팎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는 “한은에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아주 긍정적”이라며 “최근 나온 인구 문제 보고서 등 한은이 직접 연구하고 발표한 자료들이 기업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농산물 물가 관련 보고서나 돌봄 서비스 차등 최저임금제 도입 등은 모두 물가와 연관이 있다”며 “기계적으로 통화 정책만 발표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한은의 변화에는 이 총재의 개인적 성향도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보고서 기획 단계부터 검수까지 꼼꼼히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농식품부와의 공방 과정에서도 “농민들에게 계란 테러를 당하더라도 농산물 수입에 대한 의견을 밀어붙이겠다”며 보고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한은에서 성장한 ‘한은맨’이 아닌 외부 인사라서 더욱 과감하게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총재는 기존의 한은 총재들과는 달리 기자 간담회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한은 74주년 창립 기념사에서는 “능동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똑똑한 이단아’가 필요하다”면서 직원들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 총재와 서울대 경제학과 사제지간인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자 시절부터 사회 이슈에 대한 연구도 활발했고, 목소리도 많이 내셨다”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으로 정부 사정도 알고, 한국인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내는 등 한국의 전반적인 구조개혁 등에 남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중앙은행 이상의 역할을 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고서가 나올 때 사회적인 갈등이 어떻게 터져 나올지 고민해야 한다”며 “너무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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