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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23명 목숨 앗아간 아리셀 화재…박순관 회장, 중처법 위반 입건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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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박순관 에스코넥 회장, 아리셀 대표도 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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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대표를 겸하고 있는 박순관 에스코넥 회장이 지난 24일 발생한 공장 화재와 관련해 어떠한 책임을 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헌우 기자, 에스코넥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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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의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의 사망자,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여부 등도 살펴보고 있다. 재계와 산업계는 중처법 위반에 따라 아리셀을 이끌고 있는 박순관 에스코넥 회장이 향후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25일 오전 8시 48분 아리셀 공장 화재가 완진됐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22시간여 만이다. 그러나 현장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6개 기관이 합동감식에 나서고 있다. 감식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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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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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 화재' 아리셀은 어떤 회사

공장 화재로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아리셀은 지난 2020년 설립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다. 배터리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차전지와 충전 후 여러 번 사용하는 이차전지로 구분되는데, 아리셀이 만드는 배터리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일차전지임에도 에너지 밀도가 높아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로 해당 배터리는 수도·가스미터기, 군용장비, 의료기기 등에 장착된다. 문제는 화재 시 물을 뿌리면 가연성 가스인 수소가 발생해 다른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리셀 공장에는 리튬 배터리 3만5000여개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은 코스닥 상장(2007년)사 에스코넥의 자회사다. 에스코넥이 아리셀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코넥은 휴대전화 내장재·외장재와 일차리튬전지, 이차전지 금속부품의 제조·판매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일차전지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아리셀이다. 에스코넥 기업공시를 살펴보면, 아리셀의 매출은 2020년 5억3900만원, 2021년 8억3110만원, 2022년 39억4441만원, 지난해 47억9088만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아리셀에 지급된 에스코넥의 대여금은 155억원으로, 사실상 아리셀은 에스코넥에 기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고가 난 공장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연면적 2300여㎡ 규모 3층 건물이다. 해당 공장의 상시 근로자 수는 50명 안팎으로,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화재의 희생자 대부분도 고향을 떠나 일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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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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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셀 공장 책임자는 박순관 회장

화재 발생 후 재계와 산업계는 중처법 위반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올해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처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아리셀도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처법에서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본다. 고용부는 전담팀을 통해 '중대산업재해' 위반 내용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물론 피해 규모가 크다고 중처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처법의 핵심은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켰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다. 고용부는 그간 아리셀이 안전 점검·교육을 실시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투입하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장소가 화재 가능성이 큰 리튬 배터리 공장인 점을 고려했을 때, 화재 대응 매뉴얼이 있었느냐, 근로자들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느냐 등이 중요해 보인다"며 "그간 평가를 통해 위험성이 있었다고 본다면, 이 위험성이 지속 개선돼 왔는지 여부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처법 관련 전문가는 "공장에서는 평소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조사를 실시하는데, 여기에서 시정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화재가 난 것으로 조사될 경우 중대 과실로 여겨져 중처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혐의가 발견되면, 처벌 대상은 박순관 회장이다. 중처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다. 박순관 회장은 모회사 에스코넥뿐만 아니라 아리셀 대표도 겸하고 있다. 박순관 회장의 아들인 박중언 씨도 아리셀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죄 성립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혐의를 박순관 회장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통상 현장을 관리하는 소장 등이 처벌 대상으로 지목된다는 점에서 추후 조사 결과 내용에 따라 처벌 대상 범위를 결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산업 현장 관계자는 "안전 관리와 관련해 시정이 필요했고, 현장 소장이 이를 대표에게 전달했음에도 (대표가) 시정을 지시하지 않았다면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다양한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 최종 판단은 종합적인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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