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戰 새 국면…이스라엘 '총력전→게릴라 소탕전' 전환 태세

WSJ "이, 라파 주요 작전 끝나면서 장기적 '반란 진압작전' 준비"

헤즈볼라 무력충돌 격화에 레바논 국경에 가자 병력 이동 가능성

가자전쟁 휴전 협상·전후 계획 진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듯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남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9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 지대에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와의 무력충돌이 격화하면서 가자전쟁 군사 작전에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의 주요 전투작전이 거의 끝나감에 따라 장기적으로 '반란 진압 작전'(counterinsurgency campaign)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와 맞닿은 국경과 2개의 주요 통로에 군을 주둔시키면서 정보에 기반한 급습과 공습을 포함한 저강도 작전으로 하마스 궤멸 작전을 이어가고, 가자지구 투입 병력을 헤즈볼라의 위협이 점증하는 북부 국경 지대로 보낸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아사프 오리온 선임연구원은 이런 계획에 대해 "고급 기동부대, 기갑 사단, 정규 보병여단, 항공정찰 및 타격 준비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과 만나 "이스라엘은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군사작전 전환에 대해 "모든 전선에서 발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군은 가자전쟁의 첫 번째 단계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단행된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침공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단계는 하마스의 군사력과 가자지구 통치력을 궤멸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지상 작전이다.

이스라엘이 이번에 전환을 꾀하는 세 번째 단계는 '게릴라 소탕전'으로 보인다. 남아있는 하마스 지도부와 무장병력을 겨냥한 병력 집약적이지 않은 소규모 급습 및 공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저강도 전투로의 전환이 "매우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 역시 같은 날 가자지구 남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하마스의) 라파 여단을 해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에 분명히 다가서고 있다"며 라파에서의 고강도 군사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러한 태세 전환이 미국이 주도하는 휴전 협상 진전이나 가자지구 거버넌스 구축 등 전후 계획 수립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쟁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타하니 무스타파 선임 팔레스타인 분석가는 "이스라엘의 전략이 '공격 후 이동'에서 '가자지구 주둔'으로 바뀔 것"이라며 "하마스가 통치 주체로서 재건을 시도할 때마다 군사력으로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가끔 군사 활동을 급증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스타파 분석가는 또 "이스라엘이 완전히 독립된 민간의 통치를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기껏해야 구호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제 기능을 못 하는 거버넌스 정도"라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네타냐후 총리도 전날 이스라엘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마스 궤멸 전에 전쟁을 끝내는 휴전 협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후 성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안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울러 새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운영하도록 하자는 미국과 주요 아랍국가를 포함한 이스라엘 우방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전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의 군사적 통제와 (하마스) 비무장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지역 주민과 함께, 가능하다면 역내 국가의 지원을 받아 가자지구에 민간 정부를 수립하고, 그 민간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분배하고 책임을 확대할 수 있기를 우리가 원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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