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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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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공장 화재, 범정부 TF 구성… 검경 사인규명 나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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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전지 등 화학물질 소화 약제 개발 등

범정부 관계부처 나서 근본 개선 방안 강구

실종자 1명 아직 수색 중…구조견 투입

리튬 전지 화재 "별도 매뉴얼 필요" 지적도

정부가 경기 화성 리튬 일차전지 제제 공장 화재와 관련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이 화재로 공장 노동자 22명이 사망한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 1명은 아직 실종 상태여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중대본은 행안부를 주관으로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가 포함된 범정부 TF를 구성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계부처는 각각 유사 시설 안전 점검 및 외국인 화재 안전교육 강화, 리튬전지 등 화학물질에 대한 소화 약제 개발에 나선다.

실종자 1명 수색 중…'신원 확인' 난제
아시아경제

25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 및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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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실종 상태인 공장 노동자 1명을 찾기 위해 인력 100여명, 구조견 2마리를 투입해 수색 작업을 재개했다. 현재 이 노동자의 휴대전화 위치값이 공장 근처인 것을 토대로 공장 내부를 수색 중이다. 불은 이날 오전 8시 48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화재가 발생한 것은 전날 오전 10시31분께 공장 건물 2층 배터리 완제품 검수동 쪽이다. 화재 원인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배터리 1개에서 불이 나면서 다른 전지들로 급격히 폭발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전날 현장 브리핑에서 "(CCTV 영상에서) 처음에 배터리 부분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연기가 급격하게 퍼지며 작업실 공간 전체를 뒤덮는 데 약 15초밖에 안 걸렸다"고 설명했다. 발화 초기 작업자들이 소화기를 통해 화재 진압을 시도했지만, 리튬 화재의 특성상 효과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은 불이 난 당일 오전 10시40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수만개의 전지가 연쇄 폭발하는 등 불길이 거세 내부에 진입하지 못하고 외부 건물 확산에 주력했다. 같은 날 오후 3시10분 불이 잡힌 뒤에야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고, 2층에서 실종 상태였던 사망자들을 발견했다.

이번 화재로 총 22명이 숨졌다. 화재 초기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가 끝내 숨진 A씨와 더불어 초진 후 공장 내부에서 21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대부분 소사체로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는데 이중 한국인 B씨의 신원이 이날 추가로 확인됐다. B씨는 중국 국적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이 현재까지 파악한 사망자 22명, 실종자 1명 등 23명의 국적은 한국(귀화 포함) 5명, 중국 17명, 라오스 1명 등이다.

검경은 신원 파악과 사망자 사인 규명 등 후속 조치에 돌입했다. 수원지검은 전날 공공수사부와 형사3부 등 7개 검사실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사망자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신이 안치된 병원 장례식장 등 5곳에서 직접 검시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도 광역수사단장을 본부장으로 130여명 규모의 전담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수사본부는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과 함께 이날 오전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현재 사망자들은 화성송산장례문화원을 포함해 화성장례문화원, 함백산추모공원 등 5곳에 분산돼 안치됐다. 대부분 시신 훼손이 심한 상태로, 신원 확인이 안 돼 빈소가 마련되지 못했다. 경찰은 사망자들의 사인 규명을 위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리튬 화재' 진압 어려워…"별도 대응 매뉴얼 필요" 지적
아시아경제

25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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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리튬 배터리를 제조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소유로, 3층짜리 철골구조 건물에는 3만5000개가 넘는 원통형 리튬 배터리가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화가 어려운 리튬 소재의 배터리가 화재 주원인이었던 셈으로, 리튬은 물과 만나면 유해 가스를 발생시키면서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

소방당국 역시 현장에서 "화재 초기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물로는 진화가 되지 않아 진화에 애로를 겪었다"고 초기 상황을 전했다.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의 경우 진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섭씨 1000도 이상 고온을 보여 위험하고 추가 폭발의 가능성이 있어 진화가 매우 어렵다. 더욱이 배터리 내부에 불이 나면 양극재와 음극재가 만나지 못하게 나누는 안전장치인 분리막이 파손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온도가 치솟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변 배터리 역시 화재로 인한 손상과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화재를 진압해도 다시 불이 붙는 재발화의 위험도 높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던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마른 모래를 활용한 진화 방법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엔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소량인 것으로 확인돼 물을 활용한 일반적인 진압 방식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세부적인 대응 매뉴얼이 없었던 것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환경부의 '화학사고 위기대응 매뉴얼' 등은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돼 인명·환경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리튬을 비롯한 일반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는 소방당국을 중심으로 대응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지고 불산가스와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지 않아 별도의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도 없었다.

문제는 리튬이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2022년 10월 15일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유발한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경우도 리튬이온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배터리 업계와 소방 관련 업계는 배터리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냉각 기술, 소화액 등을 개발 중이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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