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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5 (월)

엔비디아 조정에 떠오르는 닷컴버블 악몽...인텔·시스코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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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주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던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사흘 연속 급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하자 지난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 재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닷컴버블 형성 당시 가파른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가 고꾸라진 인텔과 시스코의 전철을 엔비디아가 밟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기초 체력이 닷컴버블 당시 기업들보다 강력하며 AI 잠재력에 대한 신뢰도 탄탄해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 일주일 새 '시총 1위'→'조정'

24일(현지시각)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65% 내린 119.42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18일 엔비디아 주가는 135.5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3조 3350억 달러까지 치솟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주가는 고점 대비 12% 가까이 떨어져 '조정 영역(correction territory)'에 발을 들였다. 통상 주가가 최근 사상 최고치에서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 진입으로 간주한다.

엔비디아의 이번 주가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분할 이후 단기간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움직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내부자들의 예정된 주식 매도 등을 꼽았다.

올해 증시 랠리를 견인하며 AI 성장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던 엔비디아의 가파른 주가 급등락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재연 우려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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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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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시스코·인텔과 '닮은꼴'?

엔비디아 주가의 급등락에 월가는 닷컴버블 붕괴 당시의 시스코와 인텔을 떠올리고 있다.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와 인텔 모두 기술혁신 선두주자로 시장 지배적 위치를 점유했고, 기술주 투자 열기에 힘입어 가파른 주가 상승을 연출한 바 있다.

인터넷 인프라의 핵심 기술을 제공했던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주가는 1990년 상장 이후 10년 동안 1000배 이상 상승해 2000년 3월 사상 최고치인 80달러를 기록하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인텔은 닷컴 버블 시절 반도체 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인터넷 기술 주식 관련 투자 열풍 속에 인텔 주가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올해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열기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도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45% 오르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5%, 나스닥이 18% 오른 것과 비교해 월등한 성과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200일 이동 평균보다 약 100%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미국 투자회사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 수석 시장 기술 분석가는 1990년 이후 미국 기업이 200일 이동 평균보다 넓은 스프레드로 거래된 것은 2000년 3월 시스코가 기록한 80%가 최대였다면서, 이는 엔비디아가 그만큼 독보적 위치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인텔 역시 2000년 당시 주가는 200일 이동 평균을 약 80%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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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위) 주가와 인텔(아래) 주가 추이 비교. 노란 부분이 닷컴버블 붕괴 전후 [사진=구글차트] 2024.06.25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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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블 붕괴에 고꾸라진 인텔·시스코, 엔비디아는

닷컴 버블 동안 시스코와 인텔의 주가는 과도한 기대에 의해 부풀려졌고, 결국 현실과 괴리가 생기며 버블이 붕괴했다.

시총 1위 달성 일주일 만에 조정에 발을 들인 엔비디아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월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엔비디아가 앞서 두 기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3월 닷컴 버블이 정점을 찍고 붕괴하자 82달러 수준이던 시스코 주가는 급락했고, 2002년 10월 8.60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시스코 주가는 47.28달러로 여전히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인텔 주가도 당시 72.50달러로 고점을 찍고 2002년 13달러까지 고꾸라졌다가 현재는 30.57달러로 올라왔다. 역시 고점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수준이다.

엔비디아도 같은 추세를 따를까.

월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단기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위를 향할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마켓워치는 닷컴 버블 시절 인텔이나 시스코의 수익성과 현재 엔비디아의 수익성을 비교할 때, 엔비디아는 훨씬 높은 순이익 마진과 자기자본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시 기업들보다 엔비디아가 현재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 경쟁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 공동 창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2024년 1월에 끝난 회계연도에서 엔비디아 수익이 2000년 버블 말기에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인텔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엔비디아는 올해 작년의 두 배에 달하는 12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는 2001년 매출이 줄었던 인텔과는 다르다고 했다.

전반적인 사업 수익성도 엔비디아가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다.

콜라스는 예를 들어 2000년 인텔 순이익률이 31.2%, 자기자본이익률이 28.2%였던 반면 지난해 엔비디아 순이익률은 48.9%, 자기자본이익률은 69.2%였다고 강조했다. 또 엔비디아는 1990년대 후반 인텔보다 R&D 투자에 더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엔비디아가 시총 1위에 올랐던 데는 타당한 이유들이 있으며, 지속적인 주가 상승 여부는 시장의 기본 신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봤다. 이어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몇 주 동안 주가가 '일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인 비벡 아리아도 "엔비디아 주가 급등에 따른 단기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 같은 변동성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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