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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연기가 아직 두렵다"는 송강호...드라마 밖에서도 '삼식이 삼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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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으로 데뷔 후 첫 드라마 출연
"연기는 인생 동반자...마라톤처럼 한 걸음씩"
한국일보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서 박두칠(송강호)이 집에 쌀이 똑 떨어진 청년 김산(변요한)의 손에 종이봉투에 수북이 담긴 '양과자'를 건네며 웃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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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직후인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서 박두칠은 단팥빵을 배불리 먹고 싶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박두칠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57)도 어려서 단팥빵을 쉬 먹을 수 없었다. "어려선 단팥빵을 먹어 본 기억이 없어요. 사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거든요. 워낙 시골에서 자라 (땅에서) 뭘 캐거나 (나무에서 과일 등을) 따 먹을 생각만 했죠. 이 드라마 찍으면서 좋은 단팥빵을 따뜻한 우유와 함께 먹어 봤네요." 24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삼식이~'로 우리 모습 반추할 수 있을 거라 생각"

'삼식이 삼촌'은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정치적으로 혼탁했던 전쟁 직후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 얘기를 다룬 시대극이다. 송강호는 드라마 대본을 받고 글을 쓴 신연식 감독에 만남을 청했다. 그가 출연한 '기생충'(2019)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을 타고 귀국한 직후였다. '기생충' 성공 후 어느 때보다 작품 선택에 고민이 컸을 때 송강호는 왜 이 드라마를 택했을까.

송강호는 "1967년생인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0년대 말~1960년대 초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위해 진통을 겪는 등 역사적으로 다사다난했던 격변기였다"며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 시대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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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한 '삼식이 삼촌'에 출연한 송강호는 24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역사물이 과연 요즘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싶었다면서도 그런데도 사람 마음이 희한한 게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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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등을 다룬 '삼식이 삼촌'을 비롯해 송강호는 여러 작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복판에 섰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밀정'에선 일본 경찰로 나와 항일과 친일의 혼란을 보여줬고,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 운전사'(2017)에선 군인들의 총격으로 청년들이 쓰러진 광주에서 택시를 몰았다.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작품에 자주 출연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묻자 그는 "학교 다닐 때 영어, 수학은 못했는데 역사를 좋아해 국사와 세계사 시험에서 만점을 맞곤 했다"며 "일부러 그런 작품을 고른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고시원 살던 후배에 용돈

'삼식이 삼촌'은 전쟁통에도 누구도 굶기지 않고 세 끼를 챙겨 준 사람이란 뜻이다. 송강호는 드라마 밖에서도 '삼식이 삼촌'이었다. 영화 '극한 직업' 등에 출연한 배우 이중옥은 연기자를 꿈꾸며 고시원에 살 때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송강호에게 받은 용돈으로 고시원비를 냈다. 199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송강호도 무명 시절 고시원에 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새로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꾸준히"

송강호는 영화 '넘버3'(1997), '쉬리'(19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괴물'(2006) 등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기둥 같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영화 '브로커'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30여 년 연기했으니 편해지고 여유가 생겼을 것 같지만 아직도 연기가 두렵고 힘들다"고 예상 밖의 말을 했다. '삼식이 삼촌'은 그렇게 연기에 고민이 큰 그가 데뷔 후 처음으로 출연한 드라마이지만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는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드라마 공개 전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얘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 도전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화두는 "새로운 방식으로의 소통"이다.

"연기가 제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마라토너라는 생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요. 끊임없이 도전하면서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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