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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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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불 진화까지 5시간… 왜 진압 더뎠나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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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전지 화재, 물로 진화 어려워

유해가스 위험 커 내부 진입 난항

전문가 “리튬전지 다 타야 불 꺼져”

배터리 쌓여있어 추가 화재 우려도

“금속 화재 대응 매뉴얼 세분화 필요”

24일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화재는 건물 2층에 보관 중이던 리튬전지 배터리 셀에서 시작된 불이 연쇄 폭발하며 큰불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리튬전지에 난 불은 물로는 진화가 어렵고, 유해가스를 발생시켜 초기 화재 진압이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소방당국도 이날 화재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현장 브리핑에 나선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화재 초기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물로는 진화가 되지 않아 진화에 애로를 겪었다”고 초기 현장 상황을 밝혔다. 큰 불길은 화재가 발생한 지 약 5시간 뒤인 오후 3시10분쯤에야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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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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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이 초기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튬전지의 화재 위험성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공장은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판매하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일차전지는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충전하여 사용할 수 없는 전지로, 여러 번 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와는 구분된다.

리튬전지의 경우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는 불을 완전히 끄기가 어려워 소방당국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물에 담그면 꺼지지만, 일차전지인 리튬전지는 (화재 진압에) 물을 쓸 수가 없다”며 “(배터리가) 다 타게 놔두는 것이 (진화에)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개가 보관 중이어서, 추가 화재의 가능성이 높아 초기 대응인력의 진입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보관돼 있던 배터리는 이번 불로 모두 연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교수는 “(화재현장에) 진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아무리 보호장구를 쓰더라도 소방관까지 다칠 가능성이 있다”며 “무리하게 인명구조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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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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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인해 추가 유독가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공장 건물 1층에서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염화티오닐이 소량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사고 현장 주변에서 해당 물질이 연소해 발생할 수 있는 황산화물, 염화수소, 염소 발생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사고 초반에는 불산가스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왔으나, 불산가스는 이차전지 화재 시 주로 발생해 일차전지 제조 공장인 해당 현장에서의 누출 가능성은 작다는 설명이다.

화재 진압과 관련해 소방청은 표준작전절차(SOP)의 ‘금속화재 대응 절차’ 등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등의 화재는 물로 끌 수 없는 ‘금속화재’로 분류된다. SOP에는 배터리 등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화재에 대응하는 ‘에너지저장장치 화재 대응절차’가 명시돼 있다. 다만 주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의 진화와 관련한 내용이 집중돼 있고, 물로 진화가 되지 않는 리튬전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 대응 절차를 세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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