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직권 조사 중 11건 진상규명·6건은 미완
오월 정신 헌법전문 반영 등 11개 국가 권고…시민사회 '싸늘'
조사위는 44년간 베일에 싸였던 희생자들의 사망 경위, 민간인 학살 등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고 5·18 폄훼 주장을 바로 잡는 등 일부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발포 명령자, 암매장 의혹 등 핵심 쟁점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명확했다.
활동 종료로 미완의 쟁점에 대한 추가 조사는 불가능해졌지만, 조사위는 '국가에 대한 권고' 사항으로 5·18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5.18진상규명조사위, 종합보고서 대국민 보고회 |
◇ 행불자·무명 열사·헬기 사격 등 일부 조사 성과…보수 위원은 반발
조사위는 종합보고서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고 내세웠다.
5·18 당시 행방불명자로 신고된 242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이 가운데 55명은 5·18과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다.
무명 열사 5인 중 3인에 대한 유전자 대조 검사를 통해 이름을 포함한 신상을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보수 세력이 5·18을 폄훼하는 데 활용한 '북한군 투입설'은 실체와 증거가 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단정했다.
명백한 증거가 없어 진상규명 불능 처리해야 한다는 전원위원회 일부 위원의 의견에도 5·18 당시 500MD 헬기의 경우 위협 수준 이상의 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특별법을 토대로 선정한 17건의 직권 조사 과제 중 11건 진상을 규명했다.
군에 의한 발포 경위 및 책임 소재, 전남 일원 무기고 피습 사건, 희생자 암매장 등 6건은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종합보고서에 적었다.
보수 정당에서 추천한 위원 3명(이동욱·이종협·차기환)은 종합보고서에 반발했다.
종합보고서가 개별보고서의 내용과 다르게 기술됐다고 문제 삼으며 대국민 보고회에 불참했다.
위원 3명은 개별 성명을 내고 "5월 21일 시위대에 의한 무기고 습격 시점, 권 모 일병의 사망 경위, 항쟁 기간 헬기 사격 여부 등은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이 아니다"며 "종합보고서는 앞서 의결했던 개별보고서와 내용이 크게 달라졌다"고 비판했다.
5.18진상규명조사위 종합보고서 대국민 보고회 |
◇ '5·18 미래는?'…국가에 대한 11가지 권고
조사위는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 일부 직권 조사 과제에 대한 보완책으로 '국가에 대한 권고 사항' 11가지를 제시했다.
5·18진상규명법에 따라 국가는 권고사항을 전달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에 조치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권고 사항에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5·18 정신을 기리기 위한 유·무형 사업이 국가 지원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 등이 포함됐다.
5·18 왜곡 근절을 위한 사법적 조치 강화, 광주시민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도 주문했다.
특히 온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행불자, 암매장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지속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조사위는 조사 결과와 관련 자료를 관리하는 '5·18 연구재단'의 설립과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쟁점들이 있었지만, 전원위원회 위원들의 의견, 지적 등으로 활동을 잘 마무리하게 됐다"며 "조사위가 작성한 종합보고서가 5·18 진상규명의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축사하는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
◇ '신군부 고발' 업무 등 남은 과제는?
조사위는 미완의 과제를 남긴 채 오는 25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26일 해단식과 함께 활동을 마친다.
조사위는 신군부 핵심 세력의 추가 범죄 행위를 이달 초 검찰청에 고발했는데, 조사위를 대신해 행정안전부 소속 과거사위원회가 고발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
대국민 보고회에서 조사위가 언급한 대정부 권고안의 이행 여부도 남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28개국 과거사 조사 대정부 권고안 이행 실태를 살펴본 결과 대다수에서는 이행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위는 파악했다.
조사위는 국회나 국민적 감시를 통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위 활동 결과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지역 시민 사회 단체로 구성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 "조사위의 5·18 진상규명 조사는 실패했다"며 "부실할 뿐만 아니라 왜곡·폄훼 소지가 있는 보고서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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