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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취업과 일자리

8000만명 정규직 일자리 사라진다? 때이른 폭염이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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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의 최고기온이 35도 까지 오르며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19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놓인 온도계가 지열까지 더해져 40도를 훌쩍 넘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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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요 작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폭염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 생산성 저하, 나아가 경제 성장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올해 6월 폭염일수, 평년의 4배…농작물 가격 들썩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24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이달 1~20일간 집계된 폭염일수는 2.4일(전국 평균 집계)로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인 0.6일의 4배에 달했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의미한다. 관련 집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3년 이후 여름철(6~8월)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 6월 폭염일수(1.5일)보다 많다.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당장 우려되는 건 물가 상승이다. 실제 다소 안정됐던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시금치(4㎏)의 도매가격은 2만4736원으로 전월보다 86.3%, 1년 전보다 25.8% 급등했다. 청상추(4㎏)는 2만8714원, 대파(1㎏)는 2476원으로 전월보다 각각 181.4%, 50% 상승했다.

농산물 운송에도 비상이 걸렸다. 식자재 마트를 운영해 매일 가락시장에서 채소·과일을 떼오는 전모(62)씨는 “고온에 취약한 엽채류들이 문제”라며 “농가에서 멀쩡히 수확했다고 해도 가락시장에서 마트까지 상품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열에 의해 망가지고 시든다”고 했다. 전씨는 “지금은 상추 가격이 4㎏ 한 박스에 2만원 정도지만 이대로라면 수배 치솟을 수 있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가뭄으로 코코아·커피 가격 고공행진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이른 폭염으로 인한 작물 피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나·코트디부아르·나이지리아 등 코코아 생산국인 서아프리카 국가에 극심한 가뭄이 들면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코코아 t당 가격은 8995달러(미국 ICE 선물거래소)로 1년 전 3318달러보다 171% 급등했다. 초콜릿·빼빼로를 만드는 롯데웰푸드는 최근 초콜릿이 포함된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렸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가뭄이 이어지자 이달 1일 로부스타 커피 원두의 선물가격은 t당 4104달러(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를 기록했다. 1년 전 2697달러와 비교해 52% 증가했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연구팀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인 기온상승 충격(섭씨 1도 상승)이 발행하면 농산물 가격상승률은 0.4~0.5%포인트 높아지고 그 영향은 6개월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040년 농산물 가격은 최대 1.1%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3~34도 기온 지속되면 노동력 절반 상실



노동생산성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33~34도의 기온이 지속될 경우 노동자들은 평균 노동력의 50%를 상실한다. ILO는 폭염 영향으로 2030년까지 매년 전 세계 총 노동시간의 2% 이상이 손실될 것이라 추산하며 약 8000만명 정규직 일자리 감소와 2조4000억달러(약 3153조6000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 경고했다. 예컨대 국내 집배원들은 건강과 안전 보호를 위해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는 오후 2∼5시 이륜차 배달 업무가 중지된다. 체감온도 35∼38도에서는 같은 시간대에 이륜차 배달 업무 단축과 고령자·유질환자 등 온열질환 민감군의 옥외작업이 제한된다. 경제학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영향으로 2023∼2029년 최소 3조달러(약 4106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폭염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고착화된 현상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더운 환경에서도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게 근무 시간 조정이나 업무 환경 개선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싱가포르 등 다른 더운 나라의 사례를 참조해 기후변화에 적응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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