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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시중은행 기업금융 힘쏟고 싶지만 치솟는 중기·자영업 연체율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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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기업금융 경쟁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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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치열한 기업여신 유치전을 벌이고 있지만, 늘어나는 대출 규모만큼 연체율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대출만 늘리면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기업여신 연체율은 지난해 대비 대체로 상승했다. 기업여신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0.23%로, 작년 같은 기간 0.16%에 비해 0.07%포인트 올라갔다. 신한은행도 작년 1분기 0.28%에서 올해 0.34%로 기업여신 연체율이 증가했고, 하나은행 역시 0.30%에서 0.34%가 됐다. 우리은행만 지난해 0.29%에서 올해 0.28%로 소폭 하락했다.

기업여신 연체율 증가는 은행의 기업대출 강화 기조와 경기 침체라는 두 가지 사안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크게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개인사업자 대출로 나뉘는데, 이 중 대기업 대출은 연체율이 낮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1% 수준이었고, 전월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4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66%로 대기업 대출의 6배에 달했고, 개인사업자 대출도 0.61%로 비슷했다. 이들은 경기 등의 영향을 대기업에 비해 훨씬 더 즉각적으로 받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고물가 경기 침체 국면에서 연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3월 말 0.58%였는데 한 달 만에 0.08%포인트 상승하는 등 추세적으로도 좋지 않은 모습이다.

은행의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기업보다 높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5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32조9534억원이었는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은 531조2686억원으로 대기업 대출의 4배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일제히 각종 TFT(태스크포스팀)를 가동하는 등 대비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잠재부실자산관리 TFT'를 올 2월부터 운영해 잠재 관리 등급에 대해 매월 리뷰를 실시하고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또 자체 내부 구조조정 프로그램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기업 신용 개선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등 내부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원금 상환 유예, 이자 유예, 연체 이자 감면, 중도상환 해약금 면제 등의 금융 지원은 물론 컨설팅 지원, 부동산 매각 지원 등 비금융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매월 은행 자산 건전성 관리를 총괄하는 '크레디트코스트협의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하위 조직으로 '연체대출관리 TFT'를 통해 유관 부서들과 연체 발생 현황을 분석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 지점장·기업 RM(기업금융전담역) 등 기업 영업조직 현장별로 거래처를 관리하며 부실 징후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선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건전한 대출 순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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