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적 제압에 10초…특전사 707특임단 대테러훈련[르포]

래펠침투·항공기작전·내부소탕·고공강하·저격 훈련 등 공개

특전사령관 "가장 우수한 인원 뽑아 가장 좋은 장비 줘야"

육군 특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이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광주에 있는 훈련장에서 버스 작전을 하고 있다.(육군 제공)

(광주=뉴스1) 박응진 기자 = "지금부터 공격한다. 다섯, 넷, 셋, 둘."

테러범이 인질을 데리고 버스로 이동하던 중 공격팀장의 신호에 따라 갑자기 나타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의 무장차량과 항공기작전차량이 각각 버스의 앞뒤를 막아세웠다. 이내 한 작전요원이 폭약 2g이 들어있는 기다란 봉 모양의 '차지봉'과 해머로 버스 창문을 깼고, 뒤이어 설치된 발판으로 요원 2명이 진입해 테러범을 사살한 뒤 인질을 구출했다. 작전요원들의 버스 작전은 불과 1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보잉-747 항공기 내 테러범 3명에게 붙잡혀 있는 인질 2명을 구출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비상 계류장에서 대기중이던 공격 1조가 도보 침투했고, 공격 2조는 날개 상단부에 위치한 출입문 앞을 점령했다. 이어 항공기작전차량의 공격 3조가 접근해 꼬리문 좌측 출입문 앞을 점령했다. 공격 개시 신호에 맞춰 공격조들이 섬광폭음탄을 터뜨리며 동시에 내부로 진입, 순식간에 테러범들을 제압했다.

육군 특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이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광주에 있는 훈련장에서 래펠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육군 제공)

5층 건물 옥상엔 래펠침투를 위해 작전요원 7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계인원이 외부의 특이사항을 확인했고, 작전요원들은 한쪽 다리에 로프가 밑으로 처져 적에게 발각되는 걸 막기 위한 로프낭을 채운 채 강습점으로 이동했다. 이후 공격팀장의 신호에 따라 작전요원들이 차지봉으로 창문을 깬 뒤 한꺼번에 진입, 내부소탕에 성공했다.

또한 방 4개에 나뉘어 건물 내부를 장악하고 있는 테러범 9명을 소탕하는 건 30초면 충분했다. 이 훈련엔 실탄이 사용됐다.

육군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은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광주에 있는 훈련장에서 대테러훈련 모습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공개했다. 707특임단은 최정예 특전대원들로 구성된 국가 지정 대테러부대로, 한국형 3축체계 중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부대이기도 하다.

이날 훈련의 꽃은 단연 전술무장 고공강하였다. 이는 항공기에서 뛰어내린 뒤 낙하산을 펼쳐 계획된 착륙지점을 통해 침투하는 수단이다.

육군 특전사령부 백호부대 고공특수정찰대가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광주에 있는 훈련장에서 강하를 하고 있다.(육군 제공)

특전사 백호부대 고공특수정찰대의 정예특전요원 6명은 1500m 상공에 있는 블랙호크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보통 7600m 이상 상공에선 고정익 항공기, 그 이하에선 회전익 항공기를 통해 강하가 이뤄진다. 이들은 K1A 기관단총 등 30㎏의 군장, 산소탱크 등 20㎏의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최대 활공속도는 시속 60㎞에 육박했다. 이들이 착용한 전술낙하산은 장거리 침투를 가능하게 하는 낙하산으로, 은밀하게 적지 종심지역에 침투할 때 착용하게 된다. 공중기동 중 순간의 방심으로 낙하산끼리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요원들은 낙하산 활공 중 주변을 경계하는 등 각별히 주의했다.

특전사 관계자는 "충돌 위험이 있지만 실전에선 바람이 불어줘야 요원들이 원하는 곳으로 멀리 갈 수 있다"라면서 "야간엔 적이 강하하는 특전요원들을 식별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전사 요원들은 평균 1000차례의 고공강하 경험이 있으며, 천마부대 김임수 원사는 4108차례 고공강하를 해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육군 특전사령부의 모의고공훈련 시설(윈드 터널).(육군 제공)

특전사는 지난 2016년 지상에서도 고공강하 훈련이 가능한 고공센터를 설립하고, 모의고공훈련시설(윈드 터널)과 조종술 VR(가상현실) 등 장비를 운영 중이다. 강하 요령·자세를 숙달할 수 있는 윈드 터널은 직경 5m, 높이 9m의 원통형 터널로, 아래에서 위로 부는 인공 상승 기류를 이용해 고공강하와 같은 효과를 낸다. 기상이 안 좋아 고공강하 훈련이 취소되면 이곳에서 훈련이 이뤄진다.

아울러 이날 저격중대 요원 7명은 사격명령이 떨어지는 족족 표적을 명중시켰다. 방아쇠를 당긴 뒤 표적에 탄알이 날아가기까진 수 초의 간격이 있었고, 강한 사격 반동에 요원들의 몸에선 떨림이 느껴졌다. 일부는 길리슈트 등 위장복을 입고 있었다. 요원들은 △200m 개인 정밀사격 및 이동표적 사격 △2개 조가 300m 거리 표적의 머리, 좌·우측 팔, 복부를 각각 사격하는 조 선별 사격 △2개 조가 단 한 번의 총성으로 400m 거리 표적을 제압하는 조 동시 사격 △파괴력이 강한 12.7㎜ 대물저격소총을 이용해 600m 거리의 표적을 제압하는 대물저격소총 사격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특전사 관계자는 "특전사가 사용하는 AW-50F와 같은 대물저격소총으로는 철문을 굴절시킬 수도 있다"라며 "적 차량 엔진이나 휠 등을 쏴서 무력화시키며, 철갑탄을 사용하면 전차의 일부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EOD 중대는 소포, 상자, 압력밥솥, 자살조끼 등에 설치된 폭발물을 소개했다. EOD 중대는 평소 폭발물에 관한 연구를 통해 각종 급조폭발물(IED) 등 처리에 대비하고 있다.

육군 특전사령부 저격중대가 지난 20일 경기도 광주의 훈련장에서 저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육군 제공)

올해로 창설 66주년을 맞은 육군 특전사는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계급도, 군번도 없이 활약했던 유격군의 전통을 계승해 1958년 4월 1일 용산에서 창설된 제1전투단을 모체로 하고 있다. 제1전투단은 1969년 특전사로 개편됐으며, 이후 5개 공수특전여단, 1개 특임여단, 특수전학교, 국제평화지원단, 707특임단, 특수작전항공단 등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특전사의 임무는 국내·외 대테러작전 및 국가적 재해·재난 등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고, 군사협력활동 및 재건지원활동 등을 통해 국제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전시엔 특수작전 등을 수행한다.

1966년부터 1971년까진 1000여 명의 특전요원들이 베트남전에 파병됐으며, 1968년 11월 울진·삼척지구 작전, 1969년 9~11월 강릉 대간첩작전 등 총 12차례의 대간첩작전(적 55명 사살·3명 생포)에서 활약했다.

현재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레바논(동명부대)과 남수단(한빛부대)에, 군사협력을 위해 아랍에미리트(아크부대)에 파병돼 있다. 지난해엔 튀르키예 긴급구호대 파견 임무와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한 '프라미스 작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육군 특전사령부 707특수임무대 요원들이 지난 20일 경기도 광주의 훈련장에서 내부소탕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육군 제공)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중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제든 참수작전을 완수할 수 있느냐'란 질문에 "특정목표 대상에 올인하지 않는다.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고 답했다. 육군 특전사 흑표부대의 특수 정찰·타격 훈련은 유사시 적 지역 내 주요시설에 침투해 적 지휘부 및 임무수행 체계를 와해 또는 마비시키기 위한 작전능력 강화 목적의 훈련이다. 다만, 군은 공식적으로 '참수작전'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곽 사령관은 "특전요원 한 사람을 만드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우수한 인원 뽑아 가장 좋은 장비를 줘야 한다"라면서 특전요원들이 첨단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와 군 당국이 적극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전사 관계자는 "우리 특전사는 국가에 대한 충성과 국민을 위한 희생을 최우선으로 하늘, 땅, 바다 어디에서든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달려가 부여된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해 낼 것을 약속드린다"라며 "앞으로도 최정예 국가 전략자산으로서, 대북 억제 및 유사시 특수정찰‧타격은 물론, 다양한 테러상황 대응과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전천후 임무수행 능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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