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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탈리아 최초 소녀상 공개…일 항의에도 "비문 안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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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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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스틴티노시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지중해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바닷가에 '평화의 소녀상'이 22일(현지 시간) 설치됐습니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세계 곳곳의 소녀상이 철거 위협을 받는 가운데 이번 소녀상도 첫날부터 진통을 겪었습니다.

사르데냐섬의 스틴티노시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이날 제막식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사르데냐섬의 주요 정치인뿐만 아니라 여성단체, 시민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과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의 연설에 이어 현지 합창단이 우리 민요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정의연은 행사에 참석한 사르데냐 시민들시 이 이사장에게 다가와 소녀상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스틴티노시는 소녀상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바닷가 공공부지에 소녀상을 건립했습니다.

스틴티노 시청과는 불과 200m 거립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조형물입니다.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 발레벨라 시장이 정의연의 제안을 전격 수락하며 이탈리아 최초의 소녀상이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첫날부터 발레벨라 시장의 발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등 소녀상의 험난한 운명을 예고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발레벨라 시장이 전날 자사 기자를 만나 소녀상 비문 문구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발레벨라 시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으며, 일본만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며 "한일 양국의 입장을 병기한 비문을 새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일본 정부 측 입장을 전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발레벨라 시장을 오늘 만나 확인한 결과 비문 문구 변경을 언급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비문을 고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발레벨라 시장은 자신을 찾아온 일본 대사 일행에 교도통신 기자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사후에서야 확인했다며 이에 대해 불쾌해했다고 이 이사장은 덧붙였습니다.

주이탈리아 한국 대사관 측은 아직 스틴티노시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라는 제목 아래 긴 비문이 별도의 안내판으로 설치돼 있습니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며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한 강한 유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발레벨라 시장의 발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과는 별개로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항의 움직임이 확인된 만큼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이 세계 곳곳의 소녀상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사르데냐섬 소녀상에 대해서도 압박과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르데냐섬 소녀상은 해외 설치 소녀상으로는 14번째인데, 일본 정부와 대사관의 조직적인 방해로 세계 각국에 자리 잡았던 소녀상이 철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보다 앞서 유럽 최초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도 철거 위기에 있습니다.

소녀상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베를린 미테구청은 지난 18일 "특별 허가가 한 차례 연장됐고 이후에는 문구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용인하는 상태다.

이 협의가 실패해 더 이상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며 오는 9월 28일 이후 철거 의사를 공식화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테구 좌파당은 전날 성명에서 "우리는 이미 충분히 논의했고 소녀상의 앞날에 대한 제안을 들었다. 그러나 구청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정의기억연대 제공, 연합뉴스)

민경호 기자 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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