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와 손잡고 1,700억 들여 기술 개발
러시아에서 최고 11억원 육박하는 고급차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마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해 김 위원장이 직접 몰아보는 '아우루스' 차량에 함께 타며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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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최고급 자동차 아우루스를 2월에 이어 또다시 선물해 관심이 쏠렸다. 두 정상은 이날 독일 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타고 보란 듯이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를 두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대놓고 위반했다며 불편해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이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아우루스 한 대와 차(茶) 세트 등을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월에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서 러시아산 승용차 아우루스를 선물받았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연이어 두 대나 아우루스 차를 건넨 것.
김정은(오른쪽)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아우루스 차를 금수산 영빈관 정원구역에서 직접 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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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루스는 러시아에서 외국 정상의 의전용으로 쓰이는 최고급 차량이다. 푸틴 대통령이 2012년 자국 기술로 방탄 차량을 만들 것을 지시하면서 개발에 들어갔는데 차량 설계·개발에만 124억 루블(약 1,7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럭셔리차 브랜드 포르쉐가 엔진을 설계했고 러시아 중앙자동차 엔진과학연구소(NAMI)가 차량을 조립했다. 아우루스(Aurus)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금을 뜻하는 '아우름'(Aurum)과 '러시아'(Russia)의 앞 글자를 따서 지어졌다고 알려졌다.
아우루스는 높은 장갑 성능으로도 주목받았다. 무게 7톤(t)에 달하는 이 차는 총알과 폭탄뿐만 아니라 화학공격에도 방어가 가능하고 물에 빠져도 탑승자의 생존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께 6㎝에 달하는 강화유리, 야간 투시 카메라, 탈출용 비상구 등을 갖췄고 타이어에 구멍이 나도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취임식부터 의전 차량을 기존에 타던 벤츠 S클래스에서 아우루스 세나트 리무진으로 바꿨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차량도 아우루스 세나트 리무진으로 보인다. 아우루스 세나트 모델은 러시아 현지에서 옵션에 따라 4,000만~8,000만 루블(약 5억~11억 원)에 팔린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아우루스를 선물한 뒤 김 위원장과 번갈아 운전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제재에도 보란 듯이 벤츠 타는 김정은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타고 1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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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에는 벤츠 차량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벤츠 차량을 나란히 타고 평양 광장에서 퍼레이드를 펼쳤다. 두 정상은 차량 지붕을 열고 서서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광장을 돌았다.
김 위원장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수년 동안 고급 수입 차량을 타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앞서 2023년 12월 미국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도 북한 노동당 최고위급 간부들도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 정권이 유엔 제재망을 뚫었다는 의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는 값비싼 차량을 비롯한 사치품은 물론 모든 운송 수단을 직간접적으로 북한에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5월 22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건설에 참여한 군인·설계자들과 기념 공연을 한 예술인들과 기념촬영을 마치고 메르세데스-벤츠 운전석에 탑승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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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미국 비영리 연구단체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의 2019년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북한 정권의 방탄 전용차로 보이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두 대가 4개월 동안 네덜란드,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 5개국을 거쳐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제재 품목을 들여오기 위해 2015~2017년 최대 90개국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다만 독일의 벤츠 본사 측은 북한과 일절 거래하지 않는 등 대북 제재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월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이 차를 선물한 것과 관련해 "이것(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스스로 지지했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우리 정부도 "북한으로의 고급 자동차 선물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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