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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2 (월)

“경제난-이민 문제에 실용 해법”… 강성-외골수 극우 이미지 탈피 [글로벌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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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치 뒤흔드는 ‘청년 극우’의 부상

佛청년 10명 중 3, 4명 극우 지지

저성장-안보 불안-이민 혼란 등… 난제 못 푸는 기성 정당에 ‘우클릭’

‘극우’ 프레임 대신 ‘애국’ 내세워… “권력자들, 무능-오만” 불만 표출

“우경화 아닌 반정부 정서” 분석도

동아일보

《유럽 정치 뒤흔드는 ‘청년 극우’

인스타그램, 틱톡 등으로 재치 있고 세련되게 소통하는 ‘청년 극우’가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30일 프랑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청년 극우가 왜 돌풍인지, 지지자들의 속내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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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청년 지지자들이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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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가 아니라 ‘애국파’라 불러주세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청년 조직인 RNJ에서 지롱드 지역 대표를 맡고 있는 오아다 야니스 씨는 1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뜸 “극우란 표현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그는 RN 지지에 대해 “극좌파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는 걸 지켜보는데 지쳤다”며 “멀쩡한 나라를 되찾고 싶다”고 털어놨다.

6∼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성향 집권당 르네상스가 극우 RN에 참패하자 프랑스는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30일과 다음 달 7일로 이어지는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 극우 지지자들은 ‘정권 교체의 기회’라 환호하는 반면, 중도·좌파는 ‘극우를 저지해야 한다’며 전의(戰意)로 가득하다.

유럽을 휩쓰는 극우의 돌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이고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전례 없는 극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유럽 극우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였고, 드러나지 않게 활동했다. 하지만 최근 극우 세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앞세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동아일보는 최근 유럽 내 극우 부상과 관련해 실제로 극우 정당에 몸담고 있는 청년 3명의 인터뷰를 함께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극우’ 하면 떠오르는 강성적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부드럽고 친근하게 답하는 태도가 인상적일 정도였다. “우리 정당을 취재해줘서 고맙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며 거리감을 좁혔다.

● ‘그레타 세대’ 대신 ‘청년 극우’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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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0, 30대 젊은 유권자들은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다. 특히 친환경 정책에 대한 지지가 강해 유럽 청년층은 스웨덴의 젊은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을 따서 ‘그레타 세대’로 불린다.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진보 성향 녹색당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10%를 차지하며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유럽의회는 판도가 확 바뀌었다. 기존 제1당인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과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중도 자유당그룹(Renews Europe)이 상위 3위를 차지한 건 비슷하다. 하지만 극우 양대 정당인 ‘유럽보수와개혁(ECR)’과 ‘정체성과민주주의(ID)’가 4, 5위에 올랐다. 두 극우 정당이 연대하면 2위 정당의 의석과도 맞먹을 정도다.

현지에선 유럽 정치 지형도에서 변방에 머물던 극우 정당들이 득세한 건 젊은 극우 지지자들의 힘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20, 30대 젊은층은 전체적으로 아직 진보 성향이 더 강하다.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우클릭’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월 여론조사기업 포컬데이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18∼24세 유권자는 35.8%가 RN을 지지했다. 25∼34세의 RN 지지율은 이보다 높은 39.1%였다. 젊은 유권자 10명 중 3, 4명은 극우 정당을 지지한 셈이다.

네덜란드도 18∼34세의 30% 이상이 극우 자유당(PVV)을 지지했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극우 스웨덴민주당(SD)이 20% 안팎의 지지를 받았다. 이탈리아의 이탈리아형제들(Fdl),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AfD) 등도 지지율이 각각 15% 안팎으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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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랑스는 RN이 집권당 르네상스를 두 배가 넘는 지지율로 이기며 그 동력이 된 젊은 극우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RN 청년 단체로 30세 이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RNJ는 페이스북 팔로어가 약 8만 명. 각종 소셜미디어를 무기 삼아 젊은 유권자들을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극우 정당 청년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을 ‘극우’란 틀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국가와 민족을 우선 생각하는 청년들로 봐 달라”고 입을 모았다. 진영 논리에 갇혀 경직되기보단 열린 태도로 나라에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다.

극우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29)도 2022년 11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바르델주의(바르델라의 이념)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란 질문에 “상식과 실용주의의 한 형태”라고 했다. 민족주의나 국가우선주의 같은 기존 극우의 전통적 수사(修辭)는 나오지 않았다. 기존 극우와 비교하면 탈이념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 “불안의 시대, 안정을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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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청년 지지자들이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국기를 든 채 RN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국민연합 청년조직(RNJ)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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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J 청년 당원들은 RN을 지지하는 이유로 “불안해진 사회에서 안정을 찾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현재 유럽은 지정학적으로 이민이 급증하는 와중에, 경제난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불안정한 현실에 미래마저 불투명해진 청년들은 반(反)이민, 민족주의를 내세워 현실을 바꾸겠다는 극우 정당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바르델라 대표의 인스타그램 팬 계정을 운영하는 아당 우치 씨도 “프랑스에는 경제, 이민과 안보 문제 등 너무 많은 불안 요소들이 존재한다”며 “프랑스인들은 안정을 되찾고 싶어 RN을 지지한다”고 했다.

유럽은 유럽의회 출범 이후 경제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유럽의회 선거가 있던 2019년 1.98%였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2020년 무려 ―5.56%로 떨어졌다. 물론 이듬해 5.91%로 다시 상승했지만 전년의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 경제는 그후로도 둔화되더니 지난해 결국 ‘0%대 성장’에 머물렀다. 앞으로 5년간 성장 전망치도 1%대 전후에 그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더 큰 악재였다. 각종 원자재값이 급등하며 경제난을 악화시켰다. 전쟁은 경제난은 물론이고 안보 불안까지 고조시켰다. 프랑스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파병 가능성을 재차 거론하자, 청년들이 발끈해 항의 집회를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제든 유럽의 다른 국가도 침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독일과 영국 등이 징병제 논의에 들어간 것도 청년들을 불안하게 했다.

불안한 청춘은 현 권력에 대한 불만을 키웠다. 영국 더타임스는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행복하지 않다”며 “청년들 일부는 지구 온난화와 싸우고 있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젊은이들은 생존의 질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독일 청소년 관련 연구자인 시몬 슈네처 씨는 FT에 “현 젊은 세대는 정말 비관적”이라며 “돈이 부족해 자신들이 성장하며 누리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 “오만한 권력자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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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이나 다른 정치인들은 오만해요.”

프랑스 파리 외곽 일드프랑스의 발드마른에서 RNJ 당원으로 활동하는 가브리엘 뒤랑 씨는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로 바르델라 대표를 지지하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의회 동의 없이 밀어붙이는 등 각종 개혁에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건 게 오히려 반감을 키웠다는 생각이다. 자주 대국민 연설로 소통을 시도하지만, 대개 ‘일방적인 설득’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020년 팬데믹 당시 유럽 지도자들이 내린 봉쇄 명령은 ‘정치 엘리트들은 강압적’이란 인식을 확고하게 했다”며 “이런 불만은 많은 유럽 우파 유권자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극우 정치인들은 소탈하게 소통하는 이미지를 앞세웠다. 폴리티코는 “바르델라 대표는 정치 집회 무대에 오르기 전 게시한 영상에서 ‘양복을 다림질하는 게 귀찮아 청바지를 입었다’고 해 많은 댓글과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극우 청년들의 눈에 현 권력자들은 오만하고 무능한 ‘꼰대’로 비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 산하 글로벌문제연구소의 루커스 로빈슨 수석연구원은 영국 더타임스에 “극우 정당에 대한 청년층 지지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사회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 청년들이 좌절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이런 젊은 극우의 부상이 청년들이 본질적으로 우파로 돌아선 건 아니란 시각도 있다. 이른바 반정부 정서를 표출하는 방식이란 해석이다. 네덜란드 정치학자 캐서린 더프리스 씨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젊은 유권자들과 극우 사이에 문화적, 이념적 동질성이 있다는 가정은 조심해야 한다”며 “많은 국가에서 젊은이들이 나이든 유권자보다 더 외국인 혐오자가 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젊은 유권자들은 워낙 다양하게 파편화돼 있다 보니, 하나의 단면이 우경화로 비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해 8월 여론조사회사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 유럽인들은 기후 위기에 압도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행동하려는 의지가 중장년층보다 훨씬 높았다”며 “독일의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젊은층 관심사의 상위 순위엔 인권 침해와 기후변화, 성희롱, 아동학대가 올라 있다”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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