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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사설] 우롱하는 푸틴... 대가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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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하노이에서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EPA 스푸트니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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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와 관련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군사동맹 수준의 북러 협정 조문이 확인된 뒤 규탄과 함께 대러시아 수출규제 품목 확대 등 대응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푸틴의 발언은 강대국의 전형적인 적반하장식 반응이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가 한반도 정세에 영향력을 가진 주변 강대국임을 감안,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그간 소극적 지원에 그쳤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도 무기 직접 지원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비살상 군수 지원만 해왔다. 푸틴은 최근 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한국 자세를 긍정 평가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도 푸틴의 방북 직전 외교 채널을 통해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의 배려에도 정작 푸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냉전 시기 수준의 동맹 복원, 사실상의 핵보유 용인, 유엔 대북제재 무력화, 첨단군사기술 이전 등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형성된 반미, 반서방전선에 북한을 끌어들여 한반도까지 확대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전쟁처럼 북한의 오판과 한반도 위기를 야기할 푸틴의 전략을 용인할 수 없다. 푸틴은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정세 판단에 따라 전시는 물론 평시라도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간여의 길을 열어둔 북러 협정에 대해 “오직 (한국과 동맹국의) 침공, 군사적 공격이 있을 때 적용돼 한국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뺨 때리고 어르는 격이라 이런 우롱이 없다.

러시아의 뒤통수치기에 속절없이 당해야 할 만큼 우리 국력은 얕잡아볼 수준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정책에 대한 재검토 등 대응조치는 북한 리스크 등을 감안해 신중하고 정교한 결정을 내려야 하겠지만 심대한 국익 침해에 대해 외교관계 등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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