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측 "통신 인프라 모두 일본서 해야"
소프트뱅크 측 "총무성 이렇게 나올 줄이야"
라인야후 계열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 직원이 지난달 14일 경기 성남시 회사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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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라인야후(일본 메신저 라인 운영사) 사태를 지적한 일본 집권 자민당 인사에게 직접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일본 총무성이 '한국 네이버의 라인야후 자본 관계 재검토' 행정지도를 내린 시점에 이뤄졌다. 총무성이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에게 별도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정부·여당이 기업 경영권에 개입하려 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 총무성, 소프트뱅크 CEO 불러 지분 조정 압박"
보도에 따르면 손 회장과 자민당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인 아마리 아키라 중의원 의원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조치 시기(3, 4월)에 만나 라인야후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아마리 의원은 손 회장에게 "방법은 그쪽(손 회장)이 선택하겠지만, 애플리케이션 개발부터 일본의 (통신) 인프라는 모두 일본 국내에서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제대로 투자해 데이터를 보호하는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국가적 위험이 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아마리 의원 지적에 "제가 책임지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그룹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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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라인야후에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올해 3, 4월 라인야후에 사이버 보안 강화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행정지도에는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가 포함됐다. 때문에 일본 측이 네이버의 대주주 지위를 빼앗아 라인야후를 '완전한 일본 기업'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라인야후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씩 출자해 만든 A홀딩스다.
총무성이 행정지도를 두 차례나, 그것도 해외 기업(네이버) 경영권에 손을 대려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가 '권고' 형태로 요구했지만,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압력을 가한 셈이다. 마이니치는 "총무성이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를 따로 불러 (지분 조정) 협력을 거듭 요청했다"고 전했다.
8개월 만에 공개 석상 나선 손정의는 '침묵'
미야카와 준이치 일본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9일 2023 회계연도 결산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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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카와 CEO는 한 달 뒤인 지난 5월 2023 회계연도 실적 발표 결산 설명회에서 지분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7월 1일을 (협상 타결) 목표로 한다"고 말한 바 있다. 7월 1일은 라인야후가 총무성에 행정지도 보고서를 제출하는 시한이다. 소프트뱅크 한 간부는 마이니치에 "정부의 '자본 구조 수정'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느꼈다.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손 회장은 라인야후 지분 문제에 침묵했다. 그는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그룹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인간의 지능보다 1만 배 현명한 인공 초지능(ASI) 시대가 올 것"이라며 해당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안만 제시했다. 이날 주주총회장에서 라인야후 관련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미야카와 CEO도 전날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네이버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오쿠다 사토루 아지아대 교수는 마이니치에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 네이버가 만든) 메신저 라인이 갑자기 (일본) 기간 인프라로 성장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한일관계 악화는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애초 정부 주도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궤도 수정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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